"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공감, 위로 이뤄지는 영화가 좋아"
손석구는 자기복제가 없는 배우다. 캐릭터마다 매번 다른 생명력을 부여하며 영화와 드라마, 연극 무대를 오간다. 익숙한 장르 속 낯선 얼굴. 손석구는 캐릭터가 손석구화 되는 것이 아닌, 자신을 캐릭터화 하는 방식으로 작품에 스며든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도 마찬가지. 손석구는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범인을 끈질기게 쫓는 강력2팀 형사 김한샘 역을 맡았다.
기자와는 살인자ㅇ난감(2024)에 이어 두 번째 인터뷰다. 한결같다. 그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찾자면 솔직담백.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보여지기 위한’ 대답은 없다. 그래서 작품을 넘어 배우를 탐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대화와 인터뷰가 가능한 배우다.
‘글 읽는 걸 잘 못해 대본 보는 걸 잘 못한다’던가, ‘뇌 활성화 테스트에서 30점이 나왔다’ 등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배우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반대로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그럼에도 선택할 정도면 대본이 무지하게 재밌었나 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인퍼즐 속 이나와 한샘은 각자의 이유로 범인을 찾으려 한다. 모든 작품의 인물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내달린다. 데뷔 후 다작 배우로 소처럼 일한 손석구다. 그가 현시점 목표한 것은 무엇일까. 기자의 예시를 들었다. 초년병 때는 단독과 특종에 관심이 쏠려있었다면, 지금은 엔터 업계에 대한 관심으로 시야가 넓어졌다고.
손석구가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자신은 커리어하이를 찍기 보단 일상의 평온함이 더 중요해졌단다.
그는 “보통 영화에서 주인공 캐릭터가 된다는 건, 원트(Want)가 강한 사람이다. 가슴 속에 원하는 게 강한 사람이 빛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저는 그 반대다. 제가 원하는 건 점점 더 소박해지는 거 같다”며 “욕심을 냈던 순간도 있었고, 다른 배우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싶었던 적도 있다. 그건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역으로 내려놨을 때 자가생성 되는 게 있다”란다.
기자가 “소박함이란 뭘까”라고 묻자, 손석구는 평온함이라고 답한다. 그는 “저는 요즘 몸 컨디션도 좋고, 잠을 잘 자서 참 좋다. 멀리 보면서 걷는 산책도 소소한 행복이다”라며 “내 주변이나 공익적인 관점에서 다같이 좋아야 일상이 평온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가 좋다.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들이 공감과 위로가 이뤄지는 순간이 있는 작업”이라고 한다.
한국인 기대수명은 평균 83.5세다. 인생 반환점을 찍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한 나이다. 기자의 이같은 이야기에 “저도 꽤 전부터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자뭇 진지한 대답을 내놓는다.
손석구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하면서 무섭기도 하다. 저는 반환점을 돌았다. 앞으로 흘러가는 시간이 훨씬 빠르게 느껴질 거다”라며 “이젠 직업적으로 무엇을 이루겠다는 마음보다 즐겁게 하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저는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낸다. 제 숙제이기도 하다(웃음). 결혼? 결혼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꿈을 좇던 시절의 뜨거움도, 지금처럼 평온을 추구하는 나날도 모두 손석구라는 배우를 단단하게 만든다. 손석구는 지금, 조용히 자신의 속도를 믿고 걸어가는 중이다. 그렇게 도착한 어느 지점에서, 그는 또 다른 ‘낯선 얼굴’로 우리 앞에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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