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2003년생 괴물 타자가 프로야구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에는 신예 마법사다. 지난해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김도영(KIA)에 이어 양띠 스타가 등장했다. KT의 외야수 안현민 얘기다.
정규리그 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한 시점이지만, 신인왕을 넘어 심지어 MVP 경쟁에서 거론될 정도다. 성급한 판단은 물론 경계하되, 지금의 흐름을 놓고 본다면 가능성을 주저할 이유도 없다. 안현민은 KBO리그가 오랜 시간 기다려온 거포 ‘새 얼굴’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프로 무대에 입성했지만, 직전 시즌까지 1군서 29타석만을 소화했다. 누적 60타석을 넘지 않아 올 시즌 신인왕 후보 자격을 유지 중이다. 잠재력을 마침내 폭발시켰다. 5월 이후 팀 타선의 핵심으로 거듭난 안현민은 단숨에 최고 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KT 내부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최근 활약이 놀랍지 않다. 터질 선수가 터진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강철 감독 역시 “지금 같은 컨디션이라면 투수가 쉽게 이기기 어려운 타자”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안현민은 16일 기준 41경기 출전, 타율 0.349(152타수 53안타) 13홈런 43타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128을 기록했다. 비교적 많은 경기를 뛰지 않았음에도 홈런(공동 4위)과 타점(공동 9위), 3루타(3개·공동 3위) 등 타격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와 승리 확률 기여도(WPA)다. WAR은 3.61, 문보경(LG·3.70)에 이어 야수 2위에 올라 있다. 투수를 포함하면 코디 폰세(한화·4.02)에 이어 세 번째다. 적은 경기를 뛰면서도 리그 최고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뜻이다.
WPA는 1.73을 마크해 타자 1위다. 경기 흐름을 바꾸는 ‘해결사’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지표다. 직전 10경기서 한화와 SSG, 롯데, 삼성과 맞붙어 타율 0.459(37타수 17안타) 4홈런 13타점 괴력을 펼치는 등 날이 갈수록 파괴력은 짙어져만 간다.


KBO리그에서 한 시즌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한 건 단 한 번뿐이다. 2006년 한화 류현진이 유일하다. 당시 고졸 신인으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을 석권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 데뷔 첫해 곧바로 최고의 자리에 등극했다. 야수는 아직 그 누구도 두 타이틀을 한 해에 거머쥔 전례가 없다.
안현민은 현시점 KBO리그에 생동감 넘치는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앞으로 규정타석을 충족할 수 있을지, 이 놀라운 타격 페이스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 시즌이 끝났을 때 그의 이름이 어디까지 도달해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안현민이 2025년 한국 야구를 한층 흥미롭게 만들고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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