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들께 ‘시즌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연패에 시달리던 곰 군단의 분위기를 바꾼 건 역시 주장이었다. 프로야구 두산의 포수 양의지가 공수에서 두터운 존재감을 뽐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두산은 14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과의 홈경기에서 4-1로 승리했다. 지난 7일 잠실 롯데전부터 이어진 5연패 사슬을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이날 승리로 다시 시즌 4할 승률(26승3무39패)을 회복했다.
팀의 중심에 선 건 다름 아닌 양의지였다. 3번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4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을 기록하며 선취타점과 쐐기포를 모두 책임졌다. 1회말 1타점 땅볼로 선취점을 이끌었고, 4회 말에는 키움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150㎞짜리 직구를 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타구 속도는 165.8㎞, 발사각 30.3도, 비거리 123.6m였다.

비단 방망이뿐이 아니었다. 이날 양의지는 9회까지 홀로 포수 마스크를 쓰고 그라운드를 지켰다. 교체 없이 버틴 것은 단순한 체력 싸움이 아닌, 책임감의 무게였다.
피곤함이 역력했다. 양의지는 경기 후 “진짜 너무 힘들다”며 웃으면서도 “원래 해야 하는 일이다. 팀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팀은 최근 빈타와 침체된 분위기로 고전 중이다. 13일 기준 두산의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리그 8위인 0.693. 최근 30일로 범위를 좁히면 0.662로 9위까지 떨어진다. 득점권 타율은 0.200, OPS는 0.573으로 모두 최하위 수준이다.
캡틴의 마음도 덩달아 무겁다. 양의지는 가장 먼저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은 밑에 있지만 시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팬들에게 속마음을 전했다.
무거운 분위기를 털어내는 게 급선무다. 양의지는 “타선이 활발하게 돌면 수비할 때도 다들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텐데 계속 어려운 경기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부담감보다는 즐기면서 하되, 그냥 즐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으면 한다. 모두가 해결하려는 마음을 강하게 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솔직히 부담 없는 선수가 어디 있겠나. 결국 우리가 실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자꾸 부담감만 말하지 말고, 그걸 감내하는 것도 프로 선수의 역할이고, 몫”이라고 덧붙였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 현시점 팀에 필요한 건 매 상황에 맞는 ‘책임감’이라는 메시지다.

이날 경기 초반 1루수 파울플라이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동료 김민석과의 콜플레이 장면과 관련해선 실수라기보다, 팀 전체를 향한 메시지로 연결했다. 양의지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다시 기본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로 삼고 싶다”고 했다.
팀 반등의 열쇠 역시 ‘기본기’다. 그는 “타격이야 누구나 어려운 시기가 있는 법이다. 중요한 건 기본적인 플레이다. 젊은 선수들뿐 아니라 베테랑부터 팀원 전반적으로 기본에 충실해야 더 나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 빛나는 베테랑의 무게감이 다시 한번 확인된 하루였다. 양의지는 끝으로 “우리가 항상 흐름은 좋은데 고비를 넘기지 못해 어렵게 흘러간다”며 “그 고비만 넘긴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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