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리 갤러리는 오는 6월 5일부터 7월 5일까지 차민영 작가의 개인전 ‘FOG FROM THE FUTUR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차민영 작가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징후들로 촉발된 부유하는 상상력들을 잡아채 물질로 안착시키고자 한다. 거대한 가속의 시대는 시간의 연속적 흐름(과거-현재-미래)을 증발시키고 불연속적이며 단절된 기표들만 남게 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자 대표작인 차민영 작가의《미래에서 온 안개 FOG FROM THE FUTURE》는 불확실성과 모호함으로 가득 찬 오늘날의 시공간을 응시하며, 우리가 딛고 선 '지금, 여기'를 유일한 좌표로 삼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시대의 조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베트남 전쟁 종결 이후 해상을 통해 탈출했던 남베트남 난민들, '보트 피플'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 보트 피플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을 넘어선 존재가 되었고, 이후 수많은 난민의 현실을 대변하는 대명사로 확장되었다. 그들은 민족과 영토, 국가라는 경계의 연속체에 균열을 드러내는 ‘비공식적인 현대판 방주’의 개념이 되었으며, 작가는 이를 작품으로서 사유하고자 한다. 작가는 방주의 개념을 더욱 행성적 차원으로 확장시키며, 기후위기로 인한 생존의 위협 속에서 인간은 이제 ‘기후난민’이라는 이름으로 우주적 방랑에 가까운 이동성을 상상하게 하고, 이는 마치 ‘우주를 표류하는 인류의 방주’와 같은 모습으로 투영하고 있다.

하지만 방주의 환상은 언제나 ‘선택된 소수’에게만 허락되었다. 과거 신적 개입에 의해 선택되었던 자들이 이제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선별될 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오늘날 자본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이들의 배제가 어떻게 미래의 선택과 황금빛 구원의 상징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질문하며, 기후 변화와 인간 이동이 맞물릴 때 발생하는 지질학적 상상력을 끌어들여 예측 불가능한 징후와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새로운 서사와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내는지를 탐구한다. 안개는 미래로부터 온 것처럼 현재를 흐리며, 도달할 수 없는 내일과 아직 정립되지 않은 우리의 존재를 겹쳐 놓는다. 《FOG FROM THE FUTURE미래에서 온 안개》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과 이동성,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정치적·물질적 경계를 성찰하고 있다.
또 다른 전시 작품인 《거대한 가속 Great Acceleration》은 기술과 매체 발달이 가속화되는 시대를 통과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오늘날, 기록은 기억을 대체하고 프롬프트는 사유를 대신하며, 이는 매체 이론가들이 경고했던 ‘인간의 골동화(骨董化)’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거대한 가속'은 20세기 중반 이후 인간 활동의 지구적 영향이 급격히 증가한 현상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인구 증가, 산업화, 도시화, 에너지 소비 등의 지표가 급증한 시점을 말한다. 이 작업은 《기울어진 지평선 Inclined Horizon》 시리즈의 연작으로,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지구 자전축의 경사각 변화를 은유적으로 차용한다. 작품에 사용된 위태롭게 걸쳐진 가방은 관람자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느린 속도로 삐걱이며 기울기를 조정하고 있다. 지구 자전축의 변화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인류사에 전례 없는 상황이지만, 그 촉발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자신이다. 이는 인간의 행동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상징하며, 지구 자전축의 경사각 변화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변화이지만, 그 원인 중 일부는 인간 활동에 기인한다는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있다. 《Great Acceleration》은 통제할 수 없는 가속의 시대 속에서, 인간의 취약성과 물질적 유한성을 상기시키는 장치다. 녹슬고 오래된 사물(작품) 위에 새겨진 이 텍스트는, 기술의 급진적인 진보 속에서 인간 존재의 취약성과 물질적 유한성을 상기시키며, 점점 낡고 뒤처지는 인간 존재의 모순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차민영 작가의 작업은 늘 ‘경계’에 위치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환경과 행성, 인간과 비인간, 기억과 망각, 기술과 감각 사이에서 작가는 "불확실한 시공간"의 감각을 조형적으로 연구하며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가방들은 단순한 소지품이 아닌, 기억을 담는 용기이자 기술과 시대를 소통하는 매개체이다. 인간이 지나간 자리, 혹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시점에서 우리는 그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