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머니요? 즐기고 있습니다.”
승리를 내 손으로 완성시키는 것, 그만큼 짜릿한 게 또 있을까. 그 순간을 위해 기나긴 여정을 거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포지션이 있지만 특히 투수와 포수, 이른바 배터리가 느끼는 감정은 조금 더 특별할 터. 직접적으로 상대와 승부해야하는 자리다. 만 23세 동갑내기 ‘조조 브라더스’ 투수 조병현, 포수 조형우(이상 SSG)도 마찬가지다. 많은 경기를 함께한 것은 아니지만 둘의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승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로 가득하다.
최근엔 자신들만의 승리 세리머니도 만들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면 둘은 씩 웃으며 서로에게 다가간다. 오른손을 반 바퀴 정도 돌린 뒤 가볍게 뛰며 어깨를 부딪친다. 특별한 의미를 담은 동작은 아니다. 승리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퍼포먼스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저 행복하다. 조병현은 “(이)지영 선배님, (신)범수 형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좋은데, (조)형우는 동갑 친구라 그런지 느낌이 또 다르다. 형우랑 시합을 뛰는 게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세리머니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가장 먼저 아이디어를 낸 이는 이지영이다. 시즌 초반 “우리도 뭐 하나 만들자”고 제안했다. 사실 조병현은 평소 개인적인 세리머니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조병현은 “위기 상황에서 삼진을 잡거나 이닝을 끝냈을 때 투수들이 세리머니를 하지 않나. 그런 건 쉽게 안 나오더라”고 귀띔했다. 동료와 하는 건 달랐다. 조병현은 “(동료들과 준비한) 세리머니는 즐기는 것 같다”고 웃었다. 실제로 조형우에게 먼저 운을 띄우기도 했다.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불펜 쪽이 한층 더 왁자지껄해진 것은 물론, 팀 전체가 하나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 투수, 포수 할 것 없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조병현은 “분위기만큼은 최고”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선배들이 ‘그냥 피치컴 눌러라’ 해도 한사코 거절하고 많은 논의를 거친다. 조형우는 “(조)병현이가 정말 연구를 많이 한다. 믿고 의지할 수 있다”면서 “(조)병현이뿐 아니라 팀 내 투수들의 승리, 홀드, 세이브 다 지켜주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아무리 그럴싸한 세리머니도 기회를 만들지 못한다면 그림의 떡이다. 조병현은 “세리머니를 하고 싶어 더 막고 싶을 때도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일까. 써내려가는 성적표도 흥미롭다. 조병현은 28경기서 4승1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1.57을 신고했다. 지난 시즌 작성했던 한 시즌 최다 세이브(12세이브) 기록을 가뿐하게 넘어설 듯하다. 조형우도 38경기서 타율 0.252, 2홈런 12타점 등으로 향상된 기량을 자랑 중이다.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여 대업을 일군다. 올 시즌 SSG는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꾸준하게 5할 승률 이상을 유지, 순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SSG의 강점 중 하나는 역시 불펜진이다. 4일 기준 3.49로 리그 21위다. 좀처럼 뒷문서 틈을 보이지 않는다. 역전패만 하더라도 9번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다. 한 번 승기를 잡으면 웬만해선 내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젊은 투수, 포수들에겐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SSG 미래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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