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희망에 그쳐선 안 된다. 달라져야 한다.
신상우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감독은 지휘봉을 잡으면서 “백지에 스케치부터 색까지 칠하겠다”고 외쳤다. 무관심 속에 성장의 동력을 잃어버린 여자축구를 살리겠다는 각오였다. 가장 먼저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외쳤다. 반년의 시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세대교체에 열을 올린다. 신 감독은 첫 홈 A매치인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2연전 소집 명단부터 신인인 골키퍼 우서빈(서울시청), 공격수 박수정(울산과학대)을 포함하며 평균 연령을 확 낮췄다. 이번 소집 명단의 평균 연령은 약 26세, 2000년대생만 11명이다. 모든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주겠다던 공언도 지켰다. 실제로 지난 2일 콜롬비아와의 2차전(1-1)은 1차전(0-1) 선발 명단의 11명을 모두 바꾼 채로 나섰다.
1무1패라는 쓰라린 성적표를 받았으나 빛을 봤다. 2차전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2000년생 미드필더 정민영(서울시청)이 킥오프 2분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2004년생 전유경(몰데)도 번뜩였다. 감각적인 슈팅으로 콜롬비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개인 두 번째 A매치에 나선 골키퍼 류지수(세종스포츠토토)의 선방도 빛났다. 2차전 후반 18분 김진희(경주 한수원)의 자책골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클린시트도 이룰 수 있었다.
신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이번 경기는 큰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여자축구가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선수를 훈련만으로 점검하고 싶지 않았다. 베테랑 선수와 어린 선수의 융합을 위해 시작 전부터 전 선수 기용하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선수 구성이 부담됐던 건 사실이지만 수장은 흔들리지 않는다. 신 감독은 “과정, 결과가 잘못됐어도 선택에 후회는 없다. 누군가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하고 싶었다”며 “선수들이 더 발전해야 한다. 경기장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구상을 하고 색을 입힐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은 오는 7월 국내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나서고, 내년 3월엔 호주에서 열리는 2026 여자 아시안컵에 참가한다. 최종 목표인 2027년 브라질 여자 월드컵까지 숨 가쁘게 달려야 한다.
신 감독은 “전유경, 정다빈, 박수정, 케이시 유진 페어 같은 선수들이 더 경험을 쌓는다면 우리도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다”며 “누구든 성실하게 운동장에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