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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일 만에 3안타 경기’ 김호령의 방망이가 달아오른다… “확실히 감이 좋아졌습니다”

입력 : 2025-06-03 21:19:45 수정 : 2025-06-03 21: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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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호령이 3일 잠실 두산전에서 3안타 경기를 작성한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스포츠월드 허행운 기자

 

더이상 수비만 잘하는 김호령(KIA)이 아니다. 그의 방망이가 살아날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KBO리그 대표 중견수들이 공통적으로 갖춘 능력치는 바로 수비다. 올 시즌만 해도 LG의 주장 박해민은 드넓은 잠실벌을 누비면서도 연일 호수비를 수놓으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KIA에도 그런 존재가 있다. 일명 ‘호령존’으로 불리는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김호령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리그 대표 중견수라는 타이틀까지는 붙지 않았다. 치솟아 있는 수비 능력치에 비해 타격 지표가 좀처럼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5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102순위로 KIA에 지명됐다. 말 그대로 프로행 막차에 탑승했던 그는 9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37(1353타수 320안타)에 그친다. 반대로 말하면 빈곤한 타격에도 그를 프로에 남게 만든 수비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나 마음 한 켠에 깔리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4월 말, 올해 첫 1군 등록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흐름은 유지되는 듯했다. 하지만 팀 전체에 불어닥친 부상 퍼레이드로 인해 지난달 15일 재차 콜업되며 반전이 찾아왔다. 초반에는 대수비 출전도 잦았지만, 최근 스타팅 빈도가 부쩍 늘었다. 부쩍 올라온 타격감 덕분이다. 시즌 타율은 0.259(54타수 14안타)로 아직 낮지만, 최근 10경기만 보면 0.323(31타수 10안타) 5타점으로 뜨겁다. 2군에 내려갈 이유가 없는 성적표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몰아치기도 눈에 띈다. 지난달 28일 키움전, 30일 KT전에서 멀티히트를 적어내더니,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는 3안타 경기까지 빚어냈다. 그가 마지막으로 3안타를 친 건 2023년 5월19일 광주 키움전이다. 746일 만에 펼쳐보인 폭풍 같은 3안타였다.

 

펀치력까지 과시했다. 4회초 두산 불펜 양재훈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뽑아내 2사 후 폭풍 3득점 발판을 놨다. 6회초 볼넷으로 감을 조율한 그는 8회초 박치국을 상대로 이번에는 우중간을 뚫는 2루타를 얹어 타점까지 맛봤다. 9회초에도 단타를 추가한 그는 이날 4타수 3안타 1볼넷 2득점 1타점의 화려한 성적표를 남겼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흐름이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그는 “확실히 1군 막 올라왔을 때보다는 감이 좋아졌다. 볼도 더 잘 보이는 느낌”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이어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감독님·코치님들이 정말 많이 알려주셨다. 또 주전들이 빠지면서 계속 경기를 나가면서 조금씩 적응이 되고 긴장도 덜하게 되면서 타격감이 올라왔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수비, 백업만 맡던 그에게 꾸준한 출전은 그만큼 큰 동기부여이자 기폭제로 작용했다. 그는 “띄엄띄엄 나갈 때는 뭘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느낌이 있다. 지금은 계속 경기를 나가다 보니까 나만의 존도 생긴다. (좋은) 결과도 나오다 보니까 확실히 좋아지는 걸 느낀다”고 웃었다.

 

1992년생, 프로선수가 된 지도 벌써 햇수로 10년이다. 더이상 ‘다음’만 바라볼 수 없는 그에게 지금의 기회는 더없이 소중하다. 그는 “말했던 대로 주전들이 많이 빠져있어서 책임감도 더 생긴다. 얼마 전 최형우 선배가 말씀하신대로, 주전들이 빠졌다고 야구 안 하는 게 아니다. 어린 친구들도 그렇고 내게도 기회가 왔다. 그걸 살리려고 열심히 하려 한다. 한 번이라도 더 출루하고, 매 타석 집중력이 높아지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는 듯하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김호령도, KIA도 나아갈 일만 남았다. 그는 “지금 팀 분위기는 너무 좋다. 다들 타격감도 너무 좋고 어린 선수들도 모두 열심히 하려고 한다. 지금처럼만 하면 충분히 우리가 그리던 성적을 낼 수 있다”며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찾겠다는 희망찬 의지를 띄워 보냈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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