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리그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허훈과 김선형 등 주축 가드진을 중심으로 예상치 못한 지각변동이 이뤄졌다. 새 시즌 예측불허한 판도가 예고된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에 따르면 2일 정오 기준으로 자유계약선수(FA)의 자율협상 기간이 종료됐다. 총 52명의 FA 선수 가운데 26명이 계약을 맺었다. 허훈(KCC), 김선형(KT) 등 이적생은 18명이고 안영준(SK), 서명진(현대모비스) 등 8명은 잔류했다.
FA 기간 내 농구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에이스들이 이적하면서 FA시장이 요동쳤다. 시작은 허훈의 이적이다. ‘농구 대통령’ 허재의 차남으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은 허훈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T의 유니폼을 입었다. 2019~2020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는 등 KBL 대표 가드로 우뚝 섰으나, 우승과는 연이 멀었다. 2023~2024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KCC에게 패배하면서 형 허웅에게 우승 트로피도, MVP 영예도 내줘야만 했다.
우승을 향한 열망은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었다. FA 시장 최대어로 꼽힌 허훈은 원소속팀인 KT 등 여러 구단과 협상을 이어가다 지난달 28일 KCC와의 계약서(계약 기간 5년·첫해 보수 총액 8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형 허웅과 11년 만에 한솥밥을 먹는다. 이미 허웅을 포함 최준용, 송교창, 이승현으로 이어지는 슈퍼팀을 구축한 KCC는 허훈의 영입으로 더 업그레이드된 초호화 라인업을 구축했다. 물론 보상선수 선정 문제와 KT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지만, 한 명이 나가더라도 강력한 조합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연쇄 이적은 분초를 다투며 일어났다. 허훈이 KCC로 향한 28일 KT는 김선형을 만났다. 허훈의 이적으로 빈 포인트가드 자리를 김선형으로 채웠다. 계약 기간 3년, 첫해 보수 총액 8억원에 붙잡았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서 전체 2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은 뒤 줄곧 SK에서 뛴 김선형은 원클럽맨이다. SK 속공 농구가 김선형의 영향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김선형은 빨간색 유니폼을 벗었다. 파격적인 조건과 함께 SK에서 10년간 함께 했던 문경은 KT 감독의 품에 안겼다.
SK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튿날인 29일 집토끼 포워드 안영준을 잔류시키면서 가드 김낙현을 영입했다. 김낙현은 리그 정상급 가드 중 한 명이지만, 지난 시즌 부상 등의 문제로 평균 9.0점에 그쳤다. 하지만 숨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연쇄 이적에 김낙현의 몸값은 점프했다. 결국 SK는 계약 기간 5년, 첫해 보수총액 4억5000만원 조건을 제시하면서 김낙현을 품었다. 최종적으로 출혈 최소화에 성공했다. 당초 묵직한 집토끼(김선형, 안영준, 오재현)가 즐비한 SK는 최우선 과제인 안영준을 잔류시켰고, 2일 오재현과 계약기간 3년·2억5000만원에 계약하면서 안정적인 전력을 구성했다.
한편 이전 자율협상 기간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24명 선수는 3일부터 5일까지 영입의향서를 받는다.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면 선수가 선택할 수 있지만, 단일 구단일 경우엔 해당 구단과 반드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 기간에도 거취가 정해지지 않으면,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원소속구단과 재협상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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