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대 아우르는 코미디물 제작을"
“너무 MZ 감성을 따라가려고 하기보단 오히려 클래시컬한 방향을 추구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때 개그콘서트와 웃찾사가 안방을 점령하던 시절, 대한민국은 온 가족이 함께 웃던 공개 코미디의 황금시대를 누렸다. 하지만 방송 환경과 코미디 수준에 대한 국민 인식도 급변하면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자취를 감췄다. 수많은 유행어와 스타 코미디언을 탄생시켰던 K-코미디는 웃음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겸 중원대학교 사회과학과 특임교수는 2일 “요즘 반가운 현상 중 하나는 젊은층이 순풍산부인과 같은 옛날 시트콤을 찾아서 본다는 것”이라며 “시트콤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게 확인이 됐다. OTT 플랫폼 덕분에 대중은 국내 코미디물에만 한정되는 상황은 아니다. 시트콤을 중심으로 코미디가 부흥을 시도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고 K-코미디의 돌파구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트콤에는 개그맨도 출연하고 일반 연기자나 가수 등 재미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엔터테이너들이 발굴될 수 있다. 공개 코미디로 바로 부흥을 시도하기보단 수요가 있는 분야부터 다져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상징인 개그콘서트는 폐지 약 3년 만인 2023년 부활했다. 전략 또한 달라졌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무삭제 풀버전, 개그맨들의 일상을 공개하며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발맞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25년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 도쿄에서 개그콘서트 IN JAPAN의 타이틀로 해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김 평론가는 “유튜브를 포함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다 이용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어쨌든 한류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에 최근엔 한국의 콘텐츠에 오히려 더 관심이 더 많아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적인 웃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트렌디하고 웃겨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아니고 올드하더라도 ‘한국 코미디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콘텐츠로 글로벌에 어필을 하게 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트렌디하고 젊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수록 오히려 이해 못 하는 상황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KBS와 개그콘서트를 예로 든 김 평론가는 “KBS는 주요 시청자가 젊은 층이 아니다. 젊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전 세대가 볼 수 있는 코미디물을 만들고 ‘이게 한국 코미디다’라고 접근해 OTT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며 “드라마도 판타지나 로맨스 등 시도를 많이 하지만 오히려 고려거란전쟁 같은 정통 사극이 해외에서 더 주목받지 않나”라고 말했다.
시대 흐름에 따른 국민의 의식 변화는 코미디계에 항상 따라오는 숙제다. 과거 코미디에선 못생긴 외모나 신체적 특징 혹은 특정 집단을 희화화하는 코미디가 흔했지만 이제는 다양성과 존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개그맨들이 과거와 같은 잣대로 코미디를 선보인다면 큰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해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는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뉴진스 하니와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를 패러디했다가 희화화 논란을 불렀다.
김 평론가는 “스타를 게스트로 초대해 여러 웃음 코드를 보여주는 건 해외에서도 먹힐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무분별한 희화화는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타를 활용해 한국적인 코미디를 보여주는 게 바람직한데, 한강 작가나 하니를 풍자하는 방식은 인권 감수성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못했다. 또 물의를 일으킨 스타들이 복귀를 위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비판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대중 인식과 부합하면서 한국적인 코미디가 생존의 길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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