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을 대표하는 타자하면 모두 ‘소년장사’ 최정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프랜차이즈 거포가 또 있다. 최정과 함께 SSG 중심타선을 오랜 시간 지탱하는 한유섬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2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85순위로 SK(SSG 전신)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어느덧 13번의 시즌을 인천에서만 보내는 중이다. 2018년과 2022년의 ‘V4’와 ‘V5’도 함께 하는 등, 자신의 야구 인생을 모두 SSG와 함께 하고 있다.
그랬던 그가 잊지 못할 이정표를 하나 세웠다. 2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와의 홈 맞대결에 출전해 통산 200홈런 금자탑을 세워냈다. 6회말이었다. 3번 타자 최정이 NC 김태훈을 상대로 먼저 솔로포를 터뜨리며 9-5로 리드를 벌렸다. 바통을 받은 4번 타자 한유섬이 대포를 얹었다. 2구째 시속 151㎞의 낮은 패스트볼을 공략해 중앙 담장을 넘기는 130m 대형 아치를 빚어냈다. 바로 이 홈런이 그의 시즌 3호포이자 통산 200번째 홈런이었다.

KBO리그 역대 36번째로 나온 뜻깊은 대기록이다. SSG(SK 포함) 소속으로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박경완, 이호준, 김재현, 최정뿐이다. 구단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계보에 한유섬이 이름을 새겼다.
경기를 마친 한유섬을 향해 선·후배가 총출동해 시원한 물세례를 퍼부은 이유였다. 차가운 물줄기 속에서도 한유섬의 표정에는 밝은 미소가 서렸다. 한유섬은 “이렇게 축하를 받을 만한 일이 있었던 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언제 맞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선수들이 (최)정이 형 500홈런 때 축하를 해줬다보니까, 이것도 안해주면 내가 서운해 할 것 같아서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해준 것 같다”고 겸손하게 입을 뗀 그는 “이유야 어떻든 너무나 감사하다. 앞으로도 야구를 해야할 날이 아직 많다. 이걸로 만족하지 않고 다음 목표를 세워서 다시 또 달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곧장 그 목표도 물었다. 그는 “크게 잡아야 하니까, 한 300개까지는 쳐보겠다”는 당찬 대답을 건넸다.
과정이 그리 쉬웠던 건 아니다. 지난해 24홈런을 터뜨렸던 그는 올해 좀처럼 장타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 3월30일 고척 키움전, 지난 22일 잠실 두산전의 솔로포가 전부였다. 그는 “요즘 나보고 다 똑딱이라고 한다. 왜 4번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의식하지 않으려 했는데, 내심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가 있긴 했다. 그래도 감독님, 코치님이 계속 믿고 기용해주신 덕에 이렇게 하나 칠 수 있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도 함께 얹어졌다. 이날 최정과 통산 8번째 백투백 홈런을 쏘아올리면서, 역대 KBO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백투백 홈런을 합작한 듀오로 올라섰다. 이날 전까지 마해영-이승엽(삼성), 박경완-이숭용(현대), 김동주-우즈(두산), 로맥-최정(SK) 듀오와 나란히 이 부문 공동 2위를 달리다가 단독 2위로 올라왔다. 이제 그들의 위에는 9번의 백투백포를 써낸 박석민-최형우(삼성)만 남았다. 최정-한유섬의 파워라면 이 기록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상황.
한유섬은 “영광스러울 뿐이다. 우리 팀 최고 타자랑 기록을 합작하며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는 것만으로 너무 기분이 좋다. 워낙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 중 한 명이 바로 (최)정이 형이다. 고민도 많이 나누고, 대화도 많이 한다. 이것저것 내가 많이 묻는 편인 것 같은데, 앞으로도 잘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이 홈런을 계기로 한유섬도 그리고 침체했던 팀 타선도 살아날 일만 남았다. 한유섬은 “우리 팀 모든 야수들이 항상 잘 치려고 준비를 많이 한다. 이날을 계기로 좋은 흐름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나 또한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겠다. 내일 그리고 모레, 앞으로 있을 모들 경기에서 잘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띄워 보냈다.
인천=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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