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회를 움켜쥐었지만, 그다음 역시 첩첩산중이다. 빅리그 적응기를 보내고 있는 김혜성(LA 다저스)이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다저스는 26일 미국 뉴욕주 뉴욕에 위치한 시티 필드서 열린 2025 MLB 정규리그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김혜성은 이날은 벤치에서 경기를 마쳤다. 뉴욕 원정 시리즈를 포함해 어느덧 4경기째 선발 라인업 제외다.
5월 들어 흐름은 무척 좋았다. 올 시즌 개막을 마이너리그에서 맞이한 김혜성은 타격폼 수정 및 빅리그 적응 준비에 구슬땀을 흘린 바 있다. 지난 4일 콜업의 순간이 다가왔고,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자신의 진가를 빠르게 입증하기 시작했다.
15∼17일 애슬레틱스와 LA 에인절스를 만나 9타석 연속 출루를 기록하는 등 빼어난 타격 본능을 뽐낸 게 대표적이다. 18경기 타율 0.395(38타수 15안타) 1홈런 5타점 4도루(0도루실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엔 선발보다는 대주자나 대수비로 나서는 일이 더 많아졌다. 경기 종반부에 나서는 만큼 타격 기회도 좀처럼 주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애리조나전 후 치른 4경기 모두 선발에서 빠졌고, 그중 두 경기는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플래툰 시스템 여파 때문만은 아니다. 오른손 투수에 왼손 타자, 왼손 투수에 오른손 타자를 맞세워 타격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플래툰이다. 좌타자인 김혜성의 경우 상대 왼손 선발 투수가 나온 경기에서 결장한 바 있다.
문제는 우완 투수 상대로도 선발 제외가 반복되고 있다. 메츠와 맞붙은 지난 24일(그리핀 캐닝), 26일(센가 코다이) 경기가 그랬다. 이유는 명확하다. 김혜성이 소속된 팀이 다름 아닌 다저스이기 때문이다. MLB 30개 구단 중에서도 손꼽히는 뎁스를 가진 팀이다.

김혜성이 노릴 수 있는 2루수와 중견수 자리엔 부상을 털고 복귀한 유틸리티 토미 에드먼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앤디 파헤스와 미겔 로하스, 키케 에르난데스 등과의 경쟁 구도도 이겨내야 한다.
생존을 위해 재차 증명할 필요가 있다. 김혜성은 앞서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빅리그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컨택 능력에 발까지 빠르다는 건 확실한 강점이다. 다만 그 이상을 노리기 위해선 증명이 필요하다. 아직은 외야 수비가 완전하다고 보기 어렵고, 타석 수 역시 제한적이다. 결국 당분간은 틈새를 공략하며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수밖에 없다.
다저스는 2200만달러(약 300억원) 몸값의 대주자를 활용할 여유가 있는 팀이다. 그러나 김혜성이 원하는 건 그런 식의 기용이 아닐 터. 두 번째 관문 앞에 선 지금, 다시금 스스로를 입증할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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