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라는 선택지를 지워둔 채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것일까. 이제는 결과로만 말해야 한다.
남자프로농구 KT가 두 시즌 연속 봄 농구 진출이라는 성과를 낸 리더들과 동행을 끝내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송영진 전 감독은 경질했고, 최현준 전 단장과는 계약 만료에 따른 이별이다. 명분은 “우승을 위한 결정”이었다.
KT는 지난 23일 “문경은 신임 감독을 선임하고, 정명곤 KT 스포츠 경영기획총괄을 신임 단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혁신과 변화를 통한 명문구단으로의 도약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구단 최고 성적을 낸 감독을 경질할 만큼 간절함이 엿보인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2+1년 계약을 맺었던 송 전 감독은 부임 첫 시즌 구단 통산 최고 성적인 챔피언결정전 진출(준우승)을 이끌었다. 여기서 이미 +1년에 대한 계약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 시즌에도 선수단의 연쇄 부상 악재 속에서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KT는 송 전 감독에게 팀을 떠나달라고 통보했다.

차기 시즌 준비의 시작인 자유계약선수(FA) 시장 개장 후 전격 경질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두 시즌 연속 상위권 성적을 낸 지도자를 내친 사례는 더더욱 드물다. 적잖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만큼 우승이 간절하다는 뜻이다. LG가 2024∼2025시즌 왕좌에 오르면서 무관의 한을 푼 모습을 보여 더 다급해진 것도 사실이다.
‘우승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문 감독을 선임했다. 그는 선수와 감독 모두 굵직한 업적을 작성했다는 점에서 도드라진다. ‘람보 슈터’ 명성을 이어가듯 프로 입성 후 통산 3점슛 1위(1669개)를 기록했다. 3점슛 성공률도 39.5%에 달한다.
은퇴 후엔 지도자로 변신, SK서 10년 넘게 감독직을 수행했다. 역대 8위에 해당하는 정규리그 288승과 챔프전 우승 1회(2017∼2018), 정규리그 우승 2회(2012∼2013, 2019~2020) 등을 작성한 바 있다.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이미 늦었지만, FA 계약에 집중한다. 일단 허훈 잡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문 감독도 허훈을 반드시 붙잡겠다는 의지다. 다만 갑작스러운 감독, 단장 교체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구단이 허훈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가혹한 시범대에 올랐다. 중압감이 하늘을 치솟는다. 구단 스스로 높디높은 기준을 세웠다. 결과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아니면 말고식’ 구단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문 감독 입장에서도 최소 송 전 감독이 이뤄낸 결과물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왜 감독을 교체했느냐’는 볼멘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우승청부사’로 합류한 문 감독과 정 단장이 과연 어떤 성적표를 써 내려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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