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펫로스를 겪어본 사람들과 공감하고 슬픔을 나누면서 큰 위안을 받았어요.”
반려동물 장례식장 브랜드 포포즈와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가 ‘펫로스, 그리고 올바른 입양’을 주제로 준비한 강연이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의 포인핸드 경의숲점에서 열렸다. 약 20명 반려가족이 모인 가운데 웹툰 노견일기의 정우열 작가(필명 올드독)와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가 반려동물과의 이별과 만남을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약 4개월 전 반려견 모찌를 떠나보낸 뒤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는 50대 부부는 “뭐든 해보려고 발버둥 치던 중에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첫 연사로 나선 정 작가는 반려견 풋코가 15살일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약 5년간 느낀 기쁨과 슬픔, 불안함 등을 담은 작품 노견일기를 남겼다. 당시의 경험과 감정 등을 바탕으로 펫로스증후군(반려동물의 죽음에 따른 슬픔과 괴로움을 계기로 일어나는 각종 질환과 심신 증세)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정 작가는 “풋코를 보내고 너무 슬퍼서 불행하다는 감정까지 들었다. 그러다 개를 사랑한 결말이 불행으로 귀결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끊임없이 자책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추모보다는 함께해서 행복했던 기억을 자꾸 꺼내보면서 나누는 추모가 나은 것 같다. 개를 사랑해서 행복했다는 엔딩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강단에 선 이 대표도 17년을 함께한 반려견 환타를 보낸 뒤 겪은 펫로스를 고백했다. 수의사이기도 한 그는 “직업 특성상 반려인에게 펫로스 극복을 위한 조언을 자주 했지만 막상 나에게 닥치니 너무 힘들어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포인핸드를 운영하면서 다른 동물들 신경 쓴다고 정작 환타는 덜 챙긴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이전보다 더 좋은 보호자가 되고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펫로스 극복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새로운 반려동물을 맞이해 행복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특히 입양과 사회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청중은 대부분 반려동물과 이별을 앞뒀거나 이미 경험한 이들이었다. 동물구조단체 관계자와 펫산업 종사자, 반려인으로 유명한 오정연 아나운서도 참석했다. 강연 중 눈물을 훔치는 청중이 많았다. 강연자와 청중의 질의응답도 일반적인 강연과 달랐다. 청중이 질문하고 강연자가 답변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펫로스 극복법을 공유했다. 반려동물의 기일을 챙기는 법, 2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은 반려견에 대한 사연 등이 뇌리에 남았다.

펫로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화두에 올랐다.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유난’이라는 식의 주변 반응 때문에 상처받고 속으로만 끙끙 앓으며 위로받지 못해 슬픔이 더 커진다는 것. 같은 반려인임에도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은 자와 앞둔 자 사이의 사소한 표현 문제가 불러일으킨 오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펫로스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절대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런 측면에서 이날 강연이 가지는 의미가 컸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14살 루피와 함께 참석한 보호자는 “주변 반려견 지인들과도 반려동물의 죽음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웠다. 여기서 마음을 터놓고 고민을 얘기하고 답변도 들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10년을 함께한 반려견을 떠나보낸 50대 부부는 “자식과 다름없는 모찌가 1년의 투병 끝에 올해 1월 하늘나라로 갔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슬퍼서 펫로스 관련 책도 읽고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며 “행복했던 9년보다 마지막 슬픈 1년만 떠올라 미안하고 죄스럽다. 오늘 강연자와 청중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만 위로도 많이 됐다”고 말했다.
포포즈와 포인핸드는 지난해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강연, 봉사활동, 기부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포포즈 관계자는 “펫로스의 경우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자리가 절실하다. 앞으로도 관련 행사를 자주 마련해 반려가족을 초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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