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정에서 맞이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얻은 두 번째 기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이상민 감독이 남자프로농구 KCC의 지휘봉을 잡으며 사령탑 자리에 복귀했다. KCC는 19일 “제6대 감독으로 이상민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8년 5월까지 3년이다.
농구를 대표하는 ‘영원한 오빠’다. 이 감독은 연세대 소속으로 뛰던 농구대잔치 시절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닌 장본인이다. ‘컴퓨터 가드’라 불릴 정도로 정확한 패스를 선보이며 한국에 농구 열풍을 일으켰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출범한 1997~1998시즌 현대(전 KCC) 시절부터 2006~2007시즌까지 KCC에서 뛰었다. 2시즌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영광은 물론 3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1998, 1999, 2004년)까지 일궜다. 2007년 KCC의 서장훈 영입에 따른 보상선수로 서울 삼성에 가게 됐고 2010년 은퇴한 뒤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현역 시절 화려한 업적을 자랑했으나, 화려한 감독은 되지 못했다. 2014년부터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으로서 최고 성적은 2016~2017시즌 준우승이다.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7~2018시즌부터 2020~2021시즌까지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성적 부진에 더해 2022년 김진영과 천기범의 음주 운전 사고까지 일어나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2023년 친정팀인 KCC에 돌아와 코치로 현장에 돌아왔다. 올 시즌부터 수장으로서 KCC를 이끈다. 갈 길이 바쁘다. 지난 시즌 KCC는 ‘슈퍼팀’이란 평가 속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혔지만, 부상 탓에 창단 최다 12연패 수렁에 빠졌다. 결국 9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들었다. 원팀을 만들기 위해 다시 뛴다. 자유계약선수(FA) 영입부터 오프시즌 준비 등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한다.

이 감독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부담감보단 적절한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친정에서 감독을 맡겨주신 만큼 책임감을 갖고 우승을 목표로 뛰겠다”며 “지난 시즌의 교훈을 토대로 건강한 선수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 쓰려고 한다. 또 ‘빠른 농구’ 색깔에 맞는 선수단 구성을 가져갈 계획이다. 당장의 과제는 어떤 외인을 데려오느냐가 될 듯싶다. 손발이 될 코치들과 머리를 맞대고 잘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신임 코칭스태프 구성은 이미 마쳤다. 이규섭 해설위원이 수석코치로 합류하고, 신명호 코치도 함께한다. 특히 이 코치와는 남다른 인연이다. 삼성서 동고동락했다. 선수 시절은 물론 이 감독이 삼성을 지휘하던 2014년부터 코칭스태프로 함께했다. 이 코치는 이 감독 사퇴 후 감독대행으로 남은 2021~2022시즌을 치르기도 했다.
이 감독은 “오랜 인연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또 KCC서 근속 기간만 따지면 신명호 코치를 못 이긴다(웃음).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다”고 전했다. 새출발하는 이상민 사단이 명가 KCC의 재건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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