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봤던 (최)정이는 말이죠.”
프로야구 NC와 SSG의 시즌 첫 맞대결이 예고된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경기 전 화두는 단연 내야수 최정(SSG)의 홈런 여부였다. 최정은 리그를 대표하는 파워 히터로,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롭게 작성 중이다. 개인 통산 499홈런까지 달려온 상황. 하나의 대포만 더하면 500홈런 고지에 오를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각각 28명, 8명만이 작성한 대기록이다. KBO리그에선 최정이 가장 먼저 도전장을 냈다.
수장은 물론 적장도 기분이 묘하다. 이호준 NC 감독은 최정을 신인 때부터 지켜봤다. 이 감독은 1996년 해태서 프로생활을 시작, 2000~2012년 SK(SSG전신)에서 뛰었다. 이후 NC로 둥지를 옮겨 2017년까지 활약했다. 최정은 2005년 SK에 입단해 원클럽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감독은 “(최)정이가 꼬마 때부터 봤는데 홈런 타자가 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매 시즌 3할 타율에 20홈런 정도 치지 않을까 싶었다. 벌써 통산 500홈런을 앞두고 있다”고 웃었다.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건넸다. 이 감독은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정이는 본인이 타격 폼을 만들었다. MLB, NPB 등에서 뛰는 유명한 타자들을 보면서 자신의 것을 만들더라. 당시 김성근 감독 체제였는데, 결과가 좋으니 별 말씀 안 하시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누가 만들어준 타격 자세는 한계가 있다. 자세를 가르쳐준 코치와 헤어지거나 슬럼프에 빠지면 (회복하는 데) 오래 걸린다. 최정의 타격 폼은 최정에게 최적화됐다. 따라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숫자는 다르지만 이 감독 역시 여러 기록을 세웠다. 최정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감독은 개인 통산 300홈런을 달성했던 때를 떠올렸다. 2015년 5월 30일 광주 KIA전서 299번째 아치를 그린 뒤 15경기 만에 300홈런을 채웠다. 이 감독은 “한국에서 숫자 ‘9’는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면서 “(준비된) 꽃다발이 그렇게 신경이 쓰이더라. 못 치면 처분해야 하지 않나. 당시 김경문 감독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도와줬다”고 전했다.
다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이 감독은 “우린 정면승부다. 하던 대로, 똑같이 할 것이다. 빨리 쳤으면 한다”고 말하면서도 “솔직한 마음으로는 우리와의 3연전 말고 다른 팀과의 경기서 나오면 좋겠다. 그래도 이왕 친다면, 결정적일 때 말고 조금 여유 있을 때 쳤으면 한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최정은 6회 말 동점 투런포를 날렸다. 나아가 8회 말 역전하는 데에도 일조했다. 팀 승리와 대기록까지 모두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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