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내남결' 등 리메이크 이어 합작 드라마 활발

K-드라마의 일본 진출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한일 합작 드라마가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한국 인기 드라마를 자국 스타일에 맞춰 리메이크하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넷플릭스 등을 통해 K-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의 활발한 협업을 통해서도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는 모양새다.
◆K-드라마, 잇따라 日 드라마로 재탄생

배우 신하균과 여진구가 주연한 드라마 ‘괴물’은 오는 7월 일본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현지 위성방송 채널 와우와우에서 공개된다. 와우와우가 제작사 SLL에 직접 리메이크를 제안해 제작이 성사됐다. 타이틀을 포함한 주요 서사를 원작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본 현지 정서와 캐릭터 설정을 반영해 새롭게 재해석할 예정이다.
2021년 방송된 ‘괴물’은 백상예술대상 3관왕(작품상·각본상·남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비평적 호평과 대중적 인기를 동시에 거둔 작품이다. 인간 내면의 불안과 상처, 그리고 진실을 쫓는 형사들의 심리 추적극을 깊이 있는 서사로 풀어내 호평 받았다. SLL 관계자는 “괴물의 일본 리메이크는 스토리 중심 IP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사례”라고 자평했다.
지난해 공개된 배우 박민영 주연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도 일본판으로 리메이크된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여자가 회귀와 복수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방영 당시 역대 tvN 월화드라마 평균 시청률 1위를 기록했으며 TV-OTT 화제성 1위를 장악하는 등 파죽지세의 기록을 경신했다. 영국의 유력 대중문화 매거진 NME가 선정한 2024년 최고의 한국 드라마 10선에서 3위를 기록했으며 프라임비디오에서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글로벌 일간 TV쇼 순위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아마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비디오를 통해 다음달 27일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 드라마가 아닌 웹소설 원작 줄거리를 토대로 만들었다. CJ ENM 재팬과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을 담당한다. 일본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 제작사 쇼치쿠가 제작을 담당한다. 드라마 더 글로리, 비밀의 숲을 만든 안길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한일 합작 드라마도 활발

한국과 일본이 손잡은 공동 제작 드라마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일본 5대 지상파 중 하나인 TBS와 손잡고 만든 한일 합작 일본 드라마 ‘하츠코이 도그즈’는 오는 7월 첫 방송을 예고했다. 거대한 비밀이 숨겨진 반려견을 둘러싸고 만나게 된 한국인 재벌 3세와 일본인 수의사, 그리고 변호사가 갈등 속에서 우정을 쌓고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힐링 로맨스 드라마다. 키요하라 카야·나리타 료와 더불어 한국 배우 나인우가 힘을 더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재벌 3세 역할이다.
8월에는 스튜디오드래곤 자회사 지티스트가 제작한 일본 드라마 ‘소울 메이트’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연기파 배우 이소무라 하야토가 주인공을 맡았다. 드라마 빈센조로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끈 옥택연도 주요 출연진으로 합류했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일본은 드라마 시장의 규모가 크고 히트 IP의 수명이 수십 년간 지속되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하츠코이 도그즈, 소울 메이트 모두 해외 드라마에 제작비를 투자하거나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한국 제작사가 현지어로 드라마를 직접 만들어 K드라마 글로벌 영토를 확장시킨 사례”라고 평가했다.

SLL은 일본 민영 방송사 TV아사히와 손잡았다. 이번에 공동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마물’은 여성 변호사가 살인 사건 용의자인 유부남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 스릴러 드라마다. 드라마 옥씨부인전의 진혁·최보윤 PD와 타키 유스케, 니노미야 타카시 등 양국의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참여했다. 지난달 TV 아사히를 통해 일본 현지에서 첫 방송됐다. 첫 방송 세대 평균 시청률 3.2%를 기록했으며 일본 현지 OTT인 티바(TVer) 첫 주 스트리밍 100만 뷰를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제작비 상승 등 위기, 해외 무대서 돌파구 모색
최근 OTT 중심의 제작 환경 변화와 제작비 상승 등으로 위기를 맞은 국내 콘텐츠 업계는 글로벌 무대로 눈길을 돌리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국 제작사 입장에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 드라마 시장인 일본의 방송사 및 플랫폼과 협업을 통해 제작비 부담을 분산시키고, 현지 시장 내 유통도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태원 클라쓰·더 글로리 등의 작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K-드라마 열풍이 제일 거센 지역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일본 또한 한국의 성공 포맷을 자국 스타일에 맞게 리메이크하거나 공동 제작함으로써 안정된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
박준서 SLL 제작부문대표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제작한 콘텐츠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는 것은 아시아 콘텐츠의 경쟁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한일 양국의 장기적인 협업이 가능한 기반을 만들어 새로운 지적재산(IP) 발굴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CJ ENM 관계자는 “K-드라마가 국내를 넘어 전세계에서 제작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현지에 있는 제작사, 플랫폼 등 파트너사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개발 중”이라며 “글로벌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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