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 인정, 업계 입지 탄탄 효과"

하나의 드라마 속에서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연기하는 ‘1인 2역’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둘 이상의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배우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폭넓은 연기력을 입증하며 작품의 흥행을 이끄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우들의 1인 다역 도전은 단순한 설정을 넘어, 스토리의 몰입감과 감정선을 극대화시키며 시청률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육성재와 김지연이 호흡한 SBS 드라마 귀궁은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첫 회부터 귀궁은 전국 시청률 9.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한지민·이준혁 주연 나의 완벽한 비서(5.2%)와 박형식 주연 보물섬(6.1%)의 1화 시청률 수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방송 2주차에는 9.3%로 또 다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꾸준한 인기를 증명하는 중이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콘텐츠 평점 사이트 IMDb에서 8.6점을 기록하며 동시기에 방영되고 있는 K-드라마 중 최고 평점을 기록했다. 글로벌 OTT 플랫폼 라쿠텐 비키에서는 방영 3주차 시청자 수 기준 미국·영국·프랑스·호주 등 주요 국가를 포함한 89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귀궁은 영매의 운명을 거부하는 무녀 여리(김지연)와 그녀의 첫사랑 윤갑(육성재)의 몸에 이무기 강철이가 갇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판타지 로맨틱코미디다. 흥미로운 설정도 인기 요인이지만 무엇보다 육성재의 1인 2역 연기가 흥행 일등공신이다. 주인공 윤갑이 이무기에게 몸을 빼앗기는 인물인 만큼 육성재는 자연스럽게 강철이와 윤갑, 1인 2역 연기를 선보인다. 윤갑은 바르고 똑똑한 검서관이지만 강철이는 천년을 넘게 살아온 신적인 존재다. 청렴한 선비인 윤갑이 이무기가 빙의된 이후 ‘실성했다’는 소문의 주인공이 된다. 육성재는 정반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주특기인 코믹 섞인 연기력을 영리하게 발휘한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아이유가 1인 2역 연기를 통해 신드롬을 이끌었다. 아이유는 청년 시절의 애순과 애순의 딸 금명을 맡아 닮은 듯 다른 두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뛰어난 캐릭터 해석력으로 두 인물의 감정선, 목소리, 눈빛에 변주를 주어 각 인물의 특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아이유는 이를 통해 각 인물의 차별화된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 극의 몰입감을 한층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 가수로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아이유는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배우로서도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보이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대세 남자 배우로 등극한 추영우는 지난 1월 종영한 JTBC 옥씨부인전에서 입체적인 1인 2역 연기로 극의 몰입을 높였다. 사극도, 1인 2역도 처음이었지만 추영우는 천상계 전기수 천승휘와 양반가 맏아들 성윤겸을 오가며 디테일한 눈빛, 발성, 표정 연기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추영우는 작품 종영 후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온도가 다르지 않나. 어려운 사람이나 귀여운 아이 앞에서는 말투와 행동이 달라지듯, 사람마다 성격이나 정체성이 다르다는 걸 가장 기본에 뒀다”며 세심한 1인 2역 연기 비결을 밝혔다. 호평을 한 몸에 받은 추영우는 지난 5일 열린 제6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방송 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하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방송가 1인 다역 열풍을 당분간 이어진다. 박보영은 오는 24일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1인 다역에 도전했다. 무려 1인 4역이다. 박보영은 얼굴만 빼고 모든 것이 다른 쌍둥이 자매 유미지, 유미래 역으로 연기 변신에 나선다. 유미지와 유미래가 모종의 이유로 각자의 삶을 바꿔 살게 되면서 유미지인 척 하는 유미래, 그리고 유미래인 척 하는 유미지까지 총 4명의 삶을 그려낼 예정이다.

1인 다역 드라마가 최근 들어 활발하게 펼쳐지는 이유로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배우 입장에서는 1인 2역을 잘 소화하기만 하면 연기력을 인정받는 동시에 업계에서의 입지도 더 탄탄해지는 효과가 있으니까 도전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우들의 도전은 시청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 평론가는 “한 사람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를 하는 자체가 진귀한 볼거리다. 대중은 배우의 뛰어난 연기를 보는 걸 좋아한다. 배우가 다채로운 배역으로 변신하고 잘 소화하면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을 준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를 보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 사람이 극 중에서 (1인 2역으로) 왔다갔다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자체가 굉장히 극적인 설정이니까 작품의 흥미도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1인 다역 작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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