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만한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요. 다들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던 반헤머트(Jordan VanHemert)가 처음으로 모국인 한국 땅을 찾았다. 오는 16일 새 앨범 서바이벌 오브 더 피티스트(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 발매를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조던 반헤머트는 지난달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재즈와 사랑에 빠져 색소폰을 손에 쥔 조던 반헤머트는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날엔 꼭 나만의 음악을 연주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음악을 연주해왔다.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성장 배경은 음악의 무기인 동시에 지향점이 됐다. 색소폰을 연주하지만 한국적인 정서가 담겨 있으며 음악을 통해 다양성 증진 등 변화를 추구한다. 이번 작품 또한 그가 특히 미국에서 한국계 입양아로 성장하며 겪었던 경험에서 비롯된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넓혀온 끝에 이번에 드디어 한국 땅을 밟은 그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차 보였다. 이번 달까지 연이은 내한을 통해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과 강연을 이어가며 본격적으로 한국에서의 활동에 기지개를 켤 계획이다. 다음은 조던 반헤머트와의 일문일답.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앨범 소개를 한다면?
“앨범의 제목은 서바이벌 오브 더 피티스트(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다.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모든 것이 힘들어지더라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지난 앨범에도 참여했던 테렐 스타포드(Terell Stafford), 마이클 디스(Michael Dease), 헬렌 성(Helen Sung) 등이 이번에도 참여한다. 앨범 커버를 일러스트로 만들었는데 동양의 전통 사군자를 떠올리면서 대나무로 디자인을 본따 만들었다. 수록된 모든 음악이 한국 음악은 아닐지라도 한국적인 정서를 여기에 담으려고 했다. 한국에서도 각종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들을 수 있다.”
-그동안 70여개 곡을 발표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서바이벌 오브 더 피티스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앨범의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곡이라 좋아한다. 사실 미국 조지아주 콜럼버스 주립대에서 교수직을 잃고 모든 곡을 작업했다. 그래서 이 곡을 쓸 동안 사실 굉장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그런 것들을 곡에 담아냈는데 결과물로서 나온 건 굉장히 힘이 있는 곡이었다. 힘들고 굉장히 부정적인 시간 안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돼서 이 곡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현재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노스이스턴 주립대학 재즈학과 학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학생들은 조던 반헤머트의 클래스에서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나.
“재즈를 가르치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학생들에게 창의적이 사람이 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 (저는) 학생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레전드들과 함께 공연하고 녹음하면서 얻은 경험들을 학생들에게 물려주는 게 저의 꿈이다. 또 전통을 기리고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재즈를 가르치면서 재즈 커뮤니티를 강하게 결집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테렐 스타포드나 로드니 휘태커(Rodney Whitaker) 등 여러 재즈 거장들과 협업을 많이 했다. 뮤지션끼리 협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나. 또 앞으로 같이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은?
“재즈는 굉장히 깊은 전통을 갖고 있는 음악이기 때문에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게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 이들을 대할 때 작업에 투자해 주는 시간이나 노력을 존중하고 그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앞으로 함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은 베이시스트 크리스찬 맥브라이드를 꼽고 싶다. 그와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다면 내 꿈이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밴드에서 베이스 연주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발매했던 3∼4개의 앨범들에서도 베이시스트 로드니 휘태커와 함께 협업을 했었는데 이렇게 베이스를 중심으로 밴드를 구성하는 것을 추구한다.”

-조던 반헤머트 음악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음악을 연주하거나 작곡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같은 게 있나.
“두 가지를 추구한다. 화성적인 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들을 통해서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멜로디를 강조하는 편인데 색소폰으로 표현할 수 있는 멜로디를 다양하게 사용한다.”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재즈나 색소폰은 어떻게 보면 생소할 수도 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가지고 계시던 많은 CD들을 물려받았다. 할아버지가 (재즈계의 전설) 찰리 파커를 굉장히 좋아하셔서 찰리 파커 앨범을 듣게 됐다. 그 앨범을 계속 들으면서 (재즈를) 굉장히 좋아하게 됐고 학교에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도 그 악기가 색소폰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플루트나 클라리넷 같은 악기를 배우기도 했지만 색소폰과 사랑에 빠졌고 재즈까지 연주했다. 15살부터 본격적으로 색소폰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이제 25년 정도 지났다. 색소폰의 매력은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래식 악기가 될 수도 있고 크거나 작은 소리, 부드러운 소리 등 모든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다.”
-음악을 통해 인종차별이나 소수의 목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주제를 다루는 이유는
“재즈는 오랜 역사에서 저항의 음악으로 사용이 됐다. 미국 흑인들의 음악으로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학생 한 명이 누구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는다고 저에게 상담한 것을 계기로 ‘그럼 내 음악에서 이러한 것들을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였다. 이런 작업에는 끝이 없고 계속해서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매일 아침 일어날 때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내가 작업해야 하는 음악들과 그 음악 안에 녹여내야 하는 메시지 등이다. 사람들이 나의 음악으로 변화를 느끼고 인생을 조금 더 낫게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기쁘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 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어떻게 보면 남들과는 다른 배경이 음악에도 영향을 준 게 있나.
“한국 뮤지션들과 소통할 때 저보고 굉장히 미국적인 사운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적인 연주를 한다고 얘기를 하더라. 어렸을 때부터 음악은 모타운 재즈, R&B 같은 미국적인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고 그런 음악들에 영향을 받았지만 몸 안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당연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미 색소폰 연합(North American Saxophone Alliance)에서 다양성이나 포용성 증진을 위해서 활동한다고 들었다. 현재 음악계의 포용성 혹은 다양성의 수준은 어떻게 보나.
“색소폰은 벨기에에서 만들어졌고 초기 많은 역사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이루어졌다. 1800년대에는 색소폰 연주자 대부분이 유럽 남성들이었다.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온 사람들이 색소폰을 연주할수록 음악계도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음악계도 매일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더 변화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1964년까지 그다지 평등이 존재하지 않았다. 음악이라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보다도 더 느리게 흘러간다. 이러한 것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기회를 제공받는 것에 있어서도 미국 안에서는 굉장히 힘든 지점이 있어서 개선하고자 한다.”
-현재 목표 같은 게 있나. 앞으로 한국에서의 연주도 자주 볼 수 있을까.
“한국에서 연주하는 게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꿈꿔왔던 일이다. 미국에 입양된 후 이번에 처음 오기까지 굉장히 오랜 기간이 걸렸던 이유는 한국에 올 때는 공연을 통해 나의 음악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5월에는 나와 마찬가지로 한국계 미국인 재즈 피아니스트 리사 성(Lisa Sung) 팀과 함께 한국에 온다. 서울대 등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한국에 더 자주 오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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