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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작가의 음담사설] 진짜의 시대에, 거짓 의혹이 드러날 때

입력 : 2025-05-01 08:05:12 수정 : 2025-05-01 08: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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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 you know it's true… I love you.”

 

1988년, 세계 음악 시장을 흔든 이 한 문장은, 이제 팝 역사상 가장 거짓된 고백으로 기록된다. 독일 출신 듀오 밀리 바닐리는 단 한 곡으로 전 세계를 열광시켰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진짜가 아니었다. 립싱크로 밝혀진 후, 그래미상은 박탈되었고, 두 사람은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기극’의 대명사로 남게 됐다. 하지만 팝 역사를 흔든 사건이 요즘 한국, 그것도 요식업계에도 재현되고 있다. 바로 한국의 대표 셀럽이자 ‘진심의 상징’이던 인물이 유사한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인데. 바로 백종원이다.

 

백종원은 단순한 요리연구가가 아니다. 그는 ‘골목식당’을 통해 자영업자의 친구가 되었고, ‘장사천재 백사장’에서는 ‘지역 재생’의 희망을 설계했다. 충청남도 예산군을 대상으로 진행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그가 직접 기획하고 투자까지 나선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한 유튜브 채널과 지역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백종원 측이 제시한 매출 성장 수치, 관광객 증가 데이터, 원도심 활력 프로젝트 등에 과장 또는 사실 왜곡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또한 그의 회사가 원산지를 속였다는 의혹 부터 행사장에서 농약 분무기를 사용하며 위생 관념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백종원을 둘러싼 의혹들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예산군 내 일부 상인과 주민은 “백종원 효과는 방송용 착시일 뿐”이라며 반발했고, 일각에서는 공적 자원 활용에 따른 책임성 부족을 지적했다. 즉, 요리도 아니고 말도 아닌, 진심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거짓일 수 있다는 의혹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팝계에선 희대의 사기꾼으로 불리는 ‘밀리 바닐리’의 대표곡 “Girl You Know It's True”는 후렴에서 이렇게 반복된다.

 

"I'm in love with you, girl 'cause you're on my mind." "Girl, you know it's true."

 

(난 사랑에 빠졌어요. 당신이 내 마음에 걸리니까요. 내 말이 진심인지 알거에요)

 

그러나 문제는 그 진심이 누구의 목소리로 불렸는지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말은 했지만, 그 말의 주인은 무대 위 사람이 아니었다. 백종원 또한 수차례 “지역을 살리는 건 나 혼자 힘으론 안 된다”, “장사의 본질은 진심”이라고 강조했지만, 만약 그 진심이 이미 설계된 스토리텔링의 일부였다면, 그 역시 진정성의 주인이 아니다.

 

대중은 이 반복되는 "You know it’s true"를 믿고 싶어서 믿은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배신당했을 때, 더 깊은 반작용을 낳는다.

 

과거 대중은 연예인을 ‘우상’으로 소비했지만, 지금은 신뢰 기반의 ‘생활 파트너’로 여긴다. 밀리 바닐리에게 팬들은 ‘음악적 진실’을 기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25년의 대중은 백종원에게는 진정한 결과와 솔직한 수치를 기대한다.

 

그는 무대 위의 가수가 아니며, 카메라 앞의 요리사만도 아니다. 그는 정책과 도시브랜딩, 지역경제를 건드리는 영향력자다.

 

그렇기에 거짓의 무게는 더 무겁다. ‘립싱크’가 무너뜨린 건 음 하나가 아니라 신뢰라는 구조물 전체였듯, 이번 논란은 “사람 좋은 사장님”이라는 이미지가 아닌 공공의 리더십에 대한 의심을 키운다.

 

대중은 완벽한 사람을 요구하지 않는다. 진짜 사람을 원할 뿐이다. 거짓이 밝혀진 뒤에도, 투명한 인정과 변화의 의지를 보이면 다시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 있다. 문제는 그 고백이 진짜여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백종원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TV 프로그램이 아니라, 조용하고 명확한 해명이다. 그리고 밀리 바닐리에게 필요했던 것도 ‘퍼포먼스’가 아니라 진짜 노래 한 곡이었다.

 

진짜는 언젠가 드러난다. 거짓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 백종원에게 필요한 것은 “know it's true." 라고 명쾌한 해명 뿐이다.

 

이승훈 작가(시시콜콜 세상 이야기를 음악으로 말하고 싶은 중년의 방송작가)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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