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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글로벌 경쟁력? 티빙·웨이브 합병으로 ‘단일 OTT’ 존재감 키워야”

입력 : 2025-04-29 17:41:41 수정 : 2025-04-29 17: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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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신 미디어산업평론가가 29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기획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2000년대 후반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등장하며 재편됐다. 국내에서도 2010년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역사가 시작됐다. 서로 다른 목적과 이해를 가진 사업자들이 앞다퉈 OTT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무수한 합종연횡을 거친 끝에 현재는 한 손에 꼽힐 정도로만 살아남았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 진출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초기에 시장 주도권 확보에 실패한 국내 OTT는 크고 작은 합종연횡에도 글로벌 OTT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국내 OTT는 티빙과 웨이브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여전히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 손실 규모가 커진 국내 방송사업자들은 넷플릭스 종속을 우려하면서도 콘텐츠를 글로벌 OTT에 제공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약한영웅 클래스2’가 단적인 예다. 시즌1은 2022년 웨이브 오리지널로 공개됐지만 그사이 웨이브의 적자 경영이 심화됐다. 결국 현재는 넷플릭스가 ‘약한영웅’의 시즌1, 2를 모두 가져갔다.

 

국내 대표 OTT 티빙과 웨이브는 누적 적자가 점차 심화하면서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는 데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유통과 수익 구조는 글로벌 플랫폼에 집중돼 국내 제작사는 주도권과 재투자 여력을 잃은 상황이다. 결국 K-OTT의 글로벌 진출이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현재 여건으로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29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는 ‘한국 미디어 콘텐츠 산업, 글로벌 전환의 가능성을 묻다’를 주제로 한국방송학회 기획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자리는 K-OTT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영신 미디어산업평론가가 발제를 맡았고 김윤지 수석연구원(한국수출입은행), 김헌 교수(한양대학교), 노창희 소장(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오하영 박사(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 한류와 콘텐츠 산업, OTT 미디어 분야의 전문가들이 토론으로 참여했다.

 

조 평론가는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기반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국내 콘텐츠 시장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강한, 아주 강한 로컬 OTT’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사업자가 지금보다 더 큰 적자를 감내하면서 개별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가 전략산업의 관점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때에야 한국형 글로벌 OTT가 가능하다라고 지적하면서, 향후 이러한 방향의 노력 역시 이어갈 때, 2025년 한국의 OTT가 소멸이 아닌 성장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한국형 OTT’를 ‘독점 한국 콘텐츠’를 갖춘 사업자라고 정의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의 조건을 검토하기 위해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의 데이터 기반의 지역별 한국 콘텐츠 선호도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또한 기존 해외 OTT에 제공하던 콘텐츠 수익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 글로벌 OTT와 로컬 OTT의 경쟁이 치열한 현실 등을 고려할 때, 한국형 OTT의 해외 진출의 성공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평론가는 한국형 OTT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두고 “최소 1조원 정도의 콘텐츠 구매 비용을 지불하고 시작해야 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독점적인 한국 콘텐츠를 가진 유료 OTT를 전제로 둔다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콘텐츠 제공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평론가는 “해외 OTT에게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을 경우 2024년 기준 약 8000억∼1조2000억원 정도의 콘텐츠 수익을 포기해야 하고, 이를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형 OTT가 대신 구매해야 한다”며 “한국 OTT는 최소 1조원 정도의 콘텐츠 구매 비용을 지불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지금의 국내 OTT 체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결국 K-OTT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필요한 것은 강력한 로컬 OTT로서의 존재감이다. 내수 시장에서 영상 생태계를 튼튼히 다져야만 장기적으로 체급을 키우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조 평론가는 “넷플릭스 1사 체제가 완성되고 나면 콘텐츠 수급 가격의 하락과 이로 인한 제작 편수의 감소가 예상된다.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유지되려면 넷플릭스란 해외 공급망과 함께 적정 규모의 편수가 확보돼야 하는데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강력한 로컬 OTT란 전제 속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넷플릭스가 수급하지 않는 콘텐츠를 받아줄 수 있는 강력한 로컬 OTT가 있다면 이같은 불안을 방지할 수 있다”며 “한국 콘텐츠 생태계를 위해서 미뤄둘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히려 국내 OTT 사업자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규모를 갖춘 통합 OTT 플랫폼은 자체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정부가 글로벌화를 전략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표 사업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한 이용자 수 확대를 넘어 콘텐츠 투자 여력 확보, 제작·유통의 효율성 증대, 글로벌 협상력 강화 등 통합 플랫폼이 가져올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김윤지 수석연구원(한국수출입은행)은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에 더 공을 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라고 지적하며, 콘텐츠에서의 ‘다판매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OTT로의 독점 판매에 의존하는 방식을 넘어서, 다양한 플랫폼으로 여러 단계에 걸쳐서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수익성의 개선과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 아시아 시장을 개척했던 노력과 같이 더 절실하게 북미 시장 등 다양한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국내 OTT와 대형 스튜디오가 바로 이러한 해외 콘텐츠 시장 개척의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정책 측면에서 제작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유통 구조 개선과 기업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김헌 교수(한양대학교)는 HBO Asia에서 진행한 글로벌 공동 드라마 제작 프로젝트의 경험을 공유하며, 동남아 시장에서 글로벌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를 단순히 판매 시장으로만 접근하기보다, 한국과 현지의 제작 역량을 결합해서 글로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시장 규모로는 막대한 제작비를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작비의 거품도 걷어낼 필요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해외 시장에서 ‘스타’의 영향력이 작동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의존하는 제작비 배분 관행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글로벌 OTT 쏠림 현상이 경제적 종속을 넘어서 문화적 종속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노창희 소장(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은 다수의 사업자가 적자를 지속하며 출혈 경쟁을 하고있는 국내 OTT 시장의 구도에서 현실적으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통한 강력한 로컬 OTT를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OTT 사업자의 합병이란 흐름을 국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건강한 구조 개편의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합병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란 점에서,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위한 전향적 규제 완화 등 정책적 노력도 함께 이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미디어 산업에서 콘텐츠에 대한 투자의 유인을 확대하기 위한 세제 지원을 지속하는 등 정책 금융의 역할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하영 연구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강한 로컬 OTT’의 필요성에 대해 콘텐츠 생태계 내의 다양한 주체들에게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종 OTT’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기존의 당위적 접근을 넘어서 산업 생태계의 건강성의 관점에서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콘텐츠 제작자가 글로벌 OTT와 거래하길 원했던 선호의 요인이 수익 뿐 아니라 해외 유통 범위의 확대와 브랜드 파워 등 다양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형 글로벌 OTT가 성공하기 위해선 이러한 조건들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토론 과정에서 조영신 평론가는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과 관련된 최근 논의와 관련해서, 관계자들의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강한 로컬 OTT의 존재가 콘텐츠 스튜디오 입장에서 국내 콘텐츠 수요를 확장하는 강점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한 것이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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