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쉬움이 나를 좀 더 간절하고,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방출, 그리고 은퇴의 기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잡았던 따뜻한 손을 기억한다. 온기 속에서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다시 한번 꽃봉오리를 터트렸다. 2008년에 데뷔해 상무에 입대한 2014, 2015시즌을 제외하고 1군 무대에서 꾸준하게 버텨 온 프로 18년 차 베테랑 내야수, 키움 오선진의 이야기다.
오선진은 지난 26, 27일 문학 SSG전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먼저 26일 연장 10회 결승타를 치며 환호했다. 27일에는 김광현을 상대로 선제 결승 만루포를 터뜨렸다. 무려 1036일 만의 홈런. 삼성 소속이던 2022년 6월26일이 마지막이었다. 더군다나 만루홈런은 생애 처음이다. 오선진은 두 경기서 각각 결승타 포함 2타수 2안타,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5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오선진의 활약에 키움은 약 한 달 만에 3연전에서 2승 이상 챙겼다. 기분 좋은 기록도 따른다. 오선진은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KBO가 기록한 주간 결승타 1위(3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날이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최근 4년 사이 팀만 4번을 옮겼다. 2008년부터 2021년 6월까지 한화에서만 뛰던 ‘원클럽맨’은 어느새 ‘저니맨’이 됐다. 2021년 트레이드로 삼성에 이적한 후 2022년 11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친정팀에 복귀했지만, 또 팀을 옮겨야 했다. 2023시즌에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 시즌 종료와 함께 방출 통보를 받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오선진은 소속팀이 없는 붕 뜬 상태에서도 배트를 계속 휘둘렀다. 아쉬움으로 마침표를 찍고 싶지 않다는 마음, 키움에 직접 문을 두드린 배경이다. 키움 역시 신인을 키우기 위해선 베테랑의 연륜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12월 4000만원에 단년 계약을 맺었다.
타이밍이 딱 들어맞았다. 생각보다 기회는 빠르게 오선진에게 찾아왔다. 키움은 최근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악화로 타선 고민이 커졌다. 재구성하면서 오선진을 선발 출전시켰다. 결과적으로 키움의 눈이 맞았다.

오선진은 28일 현재 타율 0.313(32타수 10안타) 1홈런 9타점 5득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20경기 이상 출전 선수 가운데 팀 타율 1위다. 키움은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가운데 3할 타자는 최주환(0.303)이 유일하다.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수해 주는 것은 물론 지난 2경기서 연봉 값을 다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활약을 펼쳤다.
1989년생, 어느덧 나이는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배트를 휘두른다. 한 경기, 한 타석 주어지는 모든 기회가 감사할 뿐이다. 키움과 계약 당시 했던 다짐을 떠올린다. 개인보다 팀을 강조한 그다. “팀에 도움 되는 것이 우선순위”라던 오선진은 이제 3루 베이스에 섰다. 홈 베이스를 밟으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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