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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논란…정부 지원 0원 속 국내 최대 책 축제 ‘잡음’

입력 : 2025-04-27 13:50:34 수정 : 2025-04-27 13: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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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막 두 달여를 앞둔 서울국제도서전을 두고 출판계에서 사유화 논쟁이 뜨겁다. 도서전이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유화 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주최 측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정면 반박했다. 명실상부 국제도서전으로 자리 잡았지만 정부의 지원이 뚝 끊기면서부터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동안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최하던 출협은 지난해부터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자 자본금 10억원을 투자해 도서전을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약 7억원의 70% 지분을 윤철호 출협 회장을 비롯한 몇몇 개인이 보유했으며 출협의 지분은 30%다.

 

출판인·저자·서점인 등으로 구성된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반대 연대는 도서전이 주식회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주주명부 공개, 공청회 등 투명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오랜 역사를 지닌 공공의 문화자산을 사유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연대 측은 “주식회사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50% 이상의 지분은 출판계를 대표하는 조직인 출협과 한국출판인회의·출판협동조합·출판문화재단 등이나 혹은 저자와 관련된 한국작가회의 등에서 확보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또 “도서전을 함께 만들고 가꾸어온 저자와 출판계에 주식회사 설립 과정에 대한 어떤 설명 절차도 없었고, 출판 및 서점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도 없이 출협 내부 이사회에서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점도 문제”라며 주식회사 설립과 절차상의 문제를 모두 지적했다. 

 

출협은 사유화반대 연대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특정 출판사와 서점, 몇몇 개인이 법인 지분의 70%를 차지한 것을 두고 출협은 “2024년 협회 공지문과 회원사 개별 공지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주주를 모집했다”며 “초기 청약액이 매우 적어 목표액(20억원)의 절반인 10억원만 모으는 데 그쳤으며, 총 13개사가 청약했고 출판사 사회평론, 노원문고, 출협이 각각 30%의 지분을 소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협의 지분 30%는 증자가 되더라도 희석되지 않고 유지되도록 명문화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책을 살펴보는 독자들. 사진=뉴시스

 

출협의 지분이 30%에 불과한 이유로는 “출협 정관상 공익적인 설립 목적을 고려하고 상법 및 세법 상의 투자허용 범위 및 세무적인 문제 등의 편의성을 고려할 때 그 한도를 30%로 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나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국제도서전과 별도 계약을 맺어 이사 및 감사(각 1인) 지명권을 갖고, 행사 개최에 관한 권한을 (출협이) 유지토록 했으며, 공익 목적으로 운영될 의무를 지웠다”고 덧붙였다. 설령 수익이 나더라도 주주들에게 배당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1954년 전국도서전시회로 시작된 서울국제도서전은 지금까지 70년 넘게 이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출판 행사다.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와 더불어 해외도서전의 한국관을 운영하고 주빈국 행사를 주관한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 국제 아동도서전인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을 여는 등 한국의 책과 문화를 소개하고 여러 독서 진흥 사업을 꾸려왔다.

 

중국의 베이징국제도서전을 뛰어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서전으로 자리 잡은 서울국제도서전은 한국 출판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증폭시켰지만 정부에 발목이 잡혔다. 그동안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아 민관 협력으로 행사가 진행됐지만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수익금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다”며 출협을 통한 지원을 중단했다.  

 

결국 출협은 지난해부터 자체 비용으로 행사를 치르고 있다. 문체부는 출협이 아닌 출판사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6억7000만원가량을 지원했다. 이마저도 올해는 2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출협에 대한 정부의 국고보조금은 0원이다. 이 과정에서 출협은 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을 돌파구로 마련한 셈이다.

 

국제도서전은 출판 저작권 수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 출판사와 관계자들은 도서전에 모여 도서와 콘텐츠 저작권을 거래하고, 세미나 등 프로그램을 통해 출판 관련 기술과 국제 흐름을 공유한다. 3대 국제 도서전 중 하나인 런던 도서전은 매년 100여개국에서 1000여개 참가사와 3만여명의 출판 전문가가 참가해 도서·콘텐츠 저작권을 거래한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아시아 출판 허브 위상을 갖고 있다지만 런던이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갈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당시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윤철호 출협 회장과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를 고발한 지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사건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정부는 출판계 이권 카르텔을 주장했고 출협은 근거 없는 흠집내기라며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2022년 박 전 장관은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아 몰려든 인파에 감동을 받았다며 더 많은 지원에 대한 의지를 비쳤다. 그런데 1년 만에 태도를 바꿔 출판계 이권 카르텔을 주장하며 지원을 끊어버렸다. 그 결과 서울국제도서전은 지난해 총 19개국·452개 참가사로 행사를 진행했다. 전년도에 비해 15%가량 줄어든 규모다. 올해는 아직 참가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다. 그러나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기도 전에 찬물이 끼얹었다. 정부가 먼저 나서 매듭을 풀지 않는 이상 국내 최대 규모 책 축제를 둘러싼 잡음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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