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에 대한 평가는 이 시점에선 미뤄두겠습니다.”
기다림의 자세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키움)가 반등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일단 시간을 조금 더 두고 인내할 필요가 있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공수에서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년 만에 돌아왔다. 과거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야생마 활약을 펼친 바 있는 푸이그는 한국 팬들에게도 꽤 익숙한 선수다. 2022년엔 키움서 126경기 출전, 타율 0.277(473타수 131안타) 21홈런 73타점 6도루 성적을 올렸다. 키움은 2025시즌 그의 복귀와 함께 외야수 루벤 카디네스, 좌완 투수 케니 로젠버그 등 색다른 ‘2타자·1투수’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성한 바 있다.
카디네스의 경우 올 시즌 19경기에 나서 타율 0.284(67타수 19안타) 3홈런 1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1 성적을 내고 있다. KBO리그 신입생 로젠버그는 6경기 등판해 2승3패 평균자책점 4.24(34이닝 16자책)를 올렸고,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3차례다.

이 가운데 푸이그가 크게 헤매고 있다. 시즌 초부터 불청객이 고개를 들었다. 타격 부진이다. 푸이그는 26경기 동안 타율 0.204(103타수 21안타) 4홈런 14타점을 기록 중이다. OPS는 0.614에 불과하다. 특히 4월에만 타율 0.145(69타수 10안타)에 머무르고 있다.
키움도 덩달아 흔들린다. 여느 팀과 달리 외국인 투수 한 명을 활용할 수 없다. 대신 공격에서 이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22일 기준 직전 10경기서 3승7패에 그치면서 리그 10위(9승17패)다.
벤치는 학수고대하며 믿음을 놓지 않고 있다. 홍 감독은 “아직 4월이다. 외국인 타자 두 명으로 가기로 한 결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논할 단계도 아니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조합과 방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푸이그를 향해선 “지금은 시간을 두고 인내하면서 이 선수에 대한 평가를 조금 더 유보적으로 해야 할 듯싶다”며 “선수 본인은 굉장히 진중하게 노력하고 있다. 한 번 분위기를 타기 시작하면 공수에서 본연의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푸이그도 분위기 반전에 온 힘을 쏟는 모양새다. 같은 날 독특한 훈련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실전 타격에 앞서 트레이닝 파트의 도움을 받아 고무 밴드를 적극 활용, 중심 이동 보완에 긴 시간을 투자했다.
이는 선수단 공통 훈련이 아닌, 푸이그만 따로 진행된 세션이었다. 오윤 키움 타격코치는 “배팅할 때 몸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면서 “중심을 잡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이그 역시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홍 감독은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꾸준하게 소통하고 있다. 한꺼번에 좋아질 순 없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차츰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22일 고척서 열린 두산전 활약을 발판 삼아 나아가고자 한다. 이날 시즌 4호포를 쏜 푸이그는 경기 뒤 “많은 분들께서 나를 믿어주고 있는데, 보답하고 싶다”면서 각오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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