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라는 거요? 우승입니다.”
우완 투수 소형준(KT)이 환하게 웃었다.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홈경기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첫 승이자 928일 만에 추가한 선발승이다. 종전까진 2022년 9월 28일 수원 두산전(7이닝 무실점)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구원승 2승을 거뒀다. 선발로서 오랜만에, 그것도 만원 관중 앞에서 거둔 승리는 또 다른 느낌이었을 터. 추운 날씨에 동료들의 찬물 세례가 더해졌지만 시종일관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어려운 경기였다. 무엇보다 날씨가 받쳐주지 않았다. 뚝 떨어진 기온에 우박, 강풍까지 더해졌다. 경기 초반 약 8분((14시17분~25분)간 경기가 중단됐을 정도. 워낙 하늘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투수 입장에선 집중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소형준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보통은 던지면서 땀이 좀 나야하는데 오늘은 안나더라”면서 “기온이 낮은 것은 그나마 괜찮은데, 바람이 강하게 불다 보니 피치컴 소리도 잘 안 들렸다. 귀를 때리더라”고 설명했다.

5이닝 1실점(비자책). 준수한 기록, 하지만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를 이끌어가기 어려웠다. 선취점을 허용한 것은 물론 1~3회 모두 선두타자를 내보냈다. 소형준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이 빛을 발했다. 자신의 장기인 땅볼을 유도, 1~2회 연거푸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소형준은 “2회까지 50개 정도 던졌더라. 5회까지만 잘 버텨보자는 마음이었다”며 “야수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총 투구 수는 94개. 최고 구속은 147㎞였다.
소형준은 입단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데뷔시즌이었던 2020시즌 13승(6패)을 올리며 신인왕에 올랐다. 고졸신인으로서 2006년 류현진(한화) 이후 14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가파른 상승곡선에 제동을 건 것은 부상 악재였다. 2023년 5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9월 복귀해 불펜으로 뛰었다. 올해는 다시, 익숙한 선발로 돌아간다. 소형준은 “불펜투수를 경험해 보니 타이트한 상황에 나가는 것이 얼마나 압박감이 큰지 알겠더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믿고 본다. 3경기 만에 승수를 올렸지만, 페이스 자체는 꾸준했다. 지난달 26일 수원 두산전서 6이닝 3실점한 데 이어 지난 6일 인천 SSG전에선 7이닝 무실점을 마크했다. 개인적인 수치는 뒤로 밀어놓았다. “시즌 전부터 ‘몇 승을 하고 싶다’ 이런 것보다는 아프지 않고 선발 로테이션을 잘 소화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바라는 부분 역시 명확하다. “팀 우승”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팀 우승과 건강, 그거면 올해는 충분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수원=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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