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 동반피난법을 즉각 제정하라!”
최근 경상권 산불피해로 재난 상황 시 동물을 위한 구조 및 구호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이 재차 드러났다. 관련 행정조직이 없을 뿐 아니라 대피소에는 반려동물조차 입장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민간 동물단체와 개인 봉사자들이 나서 소외된 생명들을 구하고 있다. 이번 산불에도 동물단체 연합인 ‘루시의친구들’, 동물자유연대, 위액트 등 단체와 개인 활동가들이 경북도, 경남도, 울산 등 피해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일 루시의친구들이 국회와 행정안전부를 향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대표 피해지역인 경북 안동시에 구호 캠프를 마련해 활동 중인 루시의친구들은 “산불이 지나간 폐허 위에서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동물들을 찾아 수색하고 구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구조 동물만 100마리가 넘는다”며 “노인이 많은 시골 지역은 반려동물과 동반 대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현재 상황을 예견된 비극으로 규정하며 “2017년 포항 지진, 2019년 고성 산불, 2022년 울진 산불 등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는 동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면했다”며 “반려인구가 1000만명이 넘고 많은 이들이 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시대가 됐음에도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과의 동반대피는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다수 대피소에서 동물 출입이 금지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 동반대피는 동물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재난 상황에서 반려인은 동물과 함께 피난하지 못할 경우 적극적인 대피를 포기하거나, 동물을 숨겨 대피소에 입장하는 일이 발생한다”며 “제대로 된 지침과 시설이 마련되어야만 더 많은 생명을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동물 대피 규정이 없는 현실은 또 다른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사후 수습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한 루시의친구들은 “국회는 반려동물 동반피난을 법제화하는 ‘반려동물 동반피난법’을 즉각 제정하라. 행정안전부는 재난 시 반려동물과의 동반대피를 명시한 공식 지침을 즉각 수립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권리 보장, 지자체 및 대피소에 동물 수용 가능한 시설·장비·인력 확보 의무화, 재난 대응 매뉴얼과 훈련에 반려동물 포함, 유실·유기 방지와 긴급 보호를 위한 공적 구조체계 마련을 주창했다.

끝으로 루시의친구들은 “이번 산불사고를 끝으로 더 이상 동물과 반려인이 갈라져 고통 받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오지 않으며, 법과 제도는 가장 약한 존재까지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산불피해 동물구호를 위한 현장 상황실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안동 소재 경북합동지원센터 내 농식품부 현장 상황실을 운영하며 현장 요구사항을 청취하고, 긴급히 치료가 필요한 동물에 대한 제보를 받아 수의사회, 동물보호단체 등에 전달하여 적정한 구조·치료가 이루어지도록 지원한다고 전했다.
박정훈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이번 상황을 계기로 추후 전문가 간담회,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재해 발생 시 반려동물 동반 대피 가이드라인, 동물 구조·보호 대응 매뉴얼도 철저히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루시의친구들 성명서 전문
2025년 3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수많은 생명과 터전이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던 반려동물들도 이 참사 속에서 함께 희생되었습니다. 구조조차 받지 못한 채 불길 속에 갇혀 죽어간 동물들, 살아남았지만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고통에 방치된 동물들, 이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동물과 반려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루시의 친구들’은 산불이 지나간 폐허 위에서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동물들을 찾아 수색하고 구조하고 있습니다. 타버린 마을 한복판에서 혼자 남은 개, 온몸에 화상을 입고 버려진 고양이들, 목줄이 나무에 묶인 채 발견된 유기견까지… 지금 이 순간까지 구조된 동물만 100마리가 넘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재난 속에서, 반려동물은 오롯이 사람의 구조 의지에 따라 생과 사가 갈리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안동처럼 노인이 많은 시골 지역에서는 동반 대피가 더욱 어려웠습니다. 몸이 불편하거나 차량이 없는 고령 주민들은 반려동물을 데리고 대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결국 동물들은 집에 남겨진 채 불길 속에 갇히거나 유실되고 말았습니다. 이는 개인의 책임이 아닌,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입니다.
이 비극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2017년 포항 지진, 2019년 고성 산불, 2022년 울진 산불 등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반려동물의 피난은 개인의 책임으로만 떠넘겨졌고, 정부와 지자체는 동물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왔습니다. 한국 사회의 반려동물 인구는 1000만 명이 넘으며, 수많은 시민들이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과의 동반대피는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다수의 대피소에서는 동물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반려동물 동반대피는 동물만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재난 상황에서 반려인은 동물과 함께 피난하지 못할 경우 적극적인 대피를 포기하거나, 동물을 숨겨 대피소에 입장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는 대피소 내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재난 대응의 질서와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제대로 된 지침과 시설, 준비가 마련되어야만 사람과 동물 모두의 생명을 더 많이,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동물 대피 규정이 없는 현실은 또 다른 사회 문제로 이어집니다. 가족을 잃고 버려진 동물들은 결국 유기되거나 야생화 되어, 그 수습과 관리에는 더 많은 행정력과 세금이 동원됩니다.
이제는 사후 수습보다 사전 예방을 선택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 국회는 반려동물 동반피난을 법제화하는 「반려동물 동반피난법」을 즉각 제정하라.
* 행정안전부는 재난 시 반려동물과의 동반대피를 명시한 공식 지침을 즉각 수립하라.
「반려동물 동반피난법」은 아래의 내용들을 포함해야 합니다
1.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권리 보장
2. 지자체 및 대피소에 동물 수용 가능한 시설·장비·인력 확보 의무화
3. 재난 대응 매뉴얼과 훈련에 반려동물 포함
4. 유실·유기 방지와 긴급 보호를 위한 공적 구조체계 마련
이번 안동 산불을 끝으로 더 이상 동물과 반려인이 갈라져 고통받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오지 않으며, 법과 제도는 가장 약한 존재까지 포용해야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동물동반 대피 지침을 만들고, 국회는 법을 제정하라!
정부와 국회는 반려동물과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지금 응답하라!
2025년 4월 2일
안동 산불 재난 현장에서 동물구조 활동 중인 ‘루시의 친구들’ 일동
동물권행동 카라, KK9레스큐, 코리안독스, 도로시지켜줄개,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TBT레스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