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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힘 못 쓴 K-애니…‘퇴마록’ 흥행이 반갑다 [지동현의 지금e연예]

입력 : 2025-03-12 07:00:00 수정 : 2025-03-11 23: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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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000원에 달하는 티켓 가격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보편화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은 현저히 줄었다. 대작 영화가 아니라면 상영관에 관객이 한두 명만 들어서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라면 그럴 확률이 더욱 높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닌 이상 비싼 돈을 주고 영화관에 오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는 상영관 좌석의 절반 이상이 국내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한 관객으로 들어찼다. 주말도 아닌 평일인데도 오랜만에 북적이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토종 오컬트 애니메이션 영화 ‘퇴마록’의 반전 흥행 덕분이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퇴마록은 개봉 11일 만에 국내 관객 3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등 연이은 신작 개봉에도 박스오피스 톱5에 머물고 있다.

 

퇴마록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퇴마사들이 절대 악에 맞서는 대서사의 시작을 담은 오컬트 애니메이션이다. 이우혁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30여년 만에 스크린에 구현했다. 원작은 한국에서 제일 많이 팔린 장르 소설 중 하나로 누적 판매 부수 1000만부, 온라인 조회수 2억3000만뷰를 돌파한 작품이다. 

 

1990년대 이후 장르소설 붐이 일면서 인기를 끈 퇴마록은 무협·엑소시즘·종교·신화 등 다양한 요소를 결합한 세계관을 구축해 K-오컬트의 시초로 불린다.

 

당시 소설을 즐겨봤던 세대는 지금의 3040세대다. 개봉 초기엔 원작의 팬인 3040세대가 주로 영화를 소비했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20대까지 관람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상영관에서 직접 마주한 관객의 상당수가 비교적 어린 2030세대로 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입소문도 뜨겁다. 남초나 여초 커뮤니티, X 등 SNS에선 퇴마록을 주제로 하는 게시물이 뜨거운 반응을 얻는다.

 

국산 애니메이션의 이례적인 흥행이 반갑다. 애니메이션은 상업 영화와 달리 배우들의 티켓 파워를 기대할 수 없으며 디즈니와 같은 해외 애니에 비해 선호도가 낮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이 국내 최다 220만 관객을 기록한 이후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2012년 이후 관객 100만명을 넘긴 애니메이션은 지난해 사랑의 하츄핑 뿐이다. 국산 애니메이션 산업은 사랑의 하츄핑이나 뽀로로처럼 유아용 콘텐츠 중심으로 짜였다. 애니메이션 시장은 매년 움츠리고 있다. 2024 애니메이션 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극장 애니메이션 매출은 90억5469만원으로 2019년 353억7217만원보다 74%나 줄었다.

 

방탄소년단과 오징어게임 등 이미 전 세계에서 K-컬쳐의 파급력을 체감할 수 있다. K-팝에서 시작해 드라마와 음식, 출판 등 각 분야 앞에 ‘K’라는 글자가 자연스러운 시대지만 유독 K-애니만 어색할 따름이다. 

 

투자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퇴마록은 북미와 남미, 독일·스위스·대만·인도네시아 등 12개국에 판매됐다. 토속적인 정서가 짙은 애니메이션의 이례적인 성과다. 글로벌에서 통할 정도로 매력적인 세계관과 설정을 자랑하는 만큼 퇴마록이 K-애니 부흥의 선두주자가 되길 바란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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