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리그에 부는 루키 훈풍, 쌍둥이 군단도 그 바람을 만끽하려 한다.
서울고 출신 김영우(LG)는 지난해 9월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더 영예를 안고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덜했다. 10인의 1라운드 지명자 중 가장 늦게 이름이 불렸기 때문. 1순위 정현우(키움), 2순위 정우주(한화)는 물론 배찬승(삼성), 김태형(KIA) 등 다른 동기들에게 관심이 집중됐던 게 사실이다.
순번이 밀린 이유는 부상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당시 토미존 수술(팔꿈치 인대 재건술)로 인해 1년 유급하는 아픔을 겪었다. 옥석을 가려야 하는 스카우트들 입장에서는 수술 후폭풍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상위 지명에 실패한 배경이다.
아쉬움을 실력으로 털어낸다. 우완 정통파 피처로 시속 150㎞를 가볍게 넘기는 묵직한 패스트볼이 최고 장기다. 지난해 6월 고교-대학 올스타전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최고 156㎞ 패스트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 공 하나로 LG 코칭스태프를 매료시켜 곧장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기대감을 높였다.

실전에서도 눈도장을 찍었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 연습경기부터 경쟁력 있는 공을 뿌렸고, 신인답지 않은 배짱까지 보여줬다. 염경엽 LG 감독이 발등 인대 부상으로 주춤한 마무리 장현식의 초반 빈자리를 김영우에게 맡길 수 있다고 말한 건 흔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이어 펼쳐지는 시범경기에서도 첫 2경기 무실점 행진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일각에서는 신인이 벌써 마무리라는 중책과 연결되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보낸다. 하지만 김영우는 듬직한 멘탈로 이겨낸다. 그는 “막중한 포지션인 건 맞지만, 감독님이 이런 기대를 보내주신 것에 대해 최대한 부응하겠다는 생각뿐이다. 겁이 나거나 부담스럽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는다. 기회를 주시는 것 자체로 감사한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나아가 “언젠가 은퇴하는 날이 있을 텐데, 그 전에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었을 정도로 꿈꿔왔던 보직인 건 맞다. 그게 내 야구 인생의 목표다. 그래서 그 말을 들었을 때 엄청 기뻤다. 다만 들뜨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결정된 건 없고, 결과를 먼저 생각하지 않겠다. 어디든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음을 다잡고 있는 그에게도 딱 하나 욕심나는 게 있다. 바로 지금이 아니면 딸 수 없는 신인왕의 영예다. 그는 “올해 궁극적인 목표는 신인왕이다. 단계를 하나씩 밟아야 한다. 일단은 개막 엔트리에 들고, 1군에서 오래 버티면서 감독님이 주시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하겠다”고 미소 지었다.
경쟁력을 뽐내는 동기들과 뜨거운 경쟁을 이겨내야 얻을 수 있는 결실이다. 김영우는 “우리 드래프트 동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전부 잘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경쟁은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어차피 함께 성장해가는 같은 신인들이다. 남을 신경 쓰기보다는 내가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당찬 각오를 띄워 보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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