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트렌드의 세팅이 필요하다.”
심희철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엔터테인먼트경영과 교수는 10일 본지에 “트로트 시장은 임영웅 시대가 오면서 정점을 찍었다. 기존 장년층만의 트로트 개념을 젊은 세대의 오디션 문화와 결합해 모던한 방식의 신상품으로 집대성시킨 건데 이후 벤치마킹이 돼서 계속 아류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2020년대 들어 트로트 시장은 부흥기를 맞이했지만 일각에선 위기론도 불거진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들의 존재감은 이전보다 확연히 떨어졌고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는 임영웅에 대적할 새 얼굴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몇 명이 한정된 트로트 팬덤을 나눠갖고 있으며 유명 가수들조차 지방 공연 매진이 힘겹다. 더욱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계엄과 탄핵 정국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트로트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풍요 속의 빈곤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현 트로트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트로트 시장의 가장 큰 수익원이자 인기 가늠자 역할을 하는 각종 축제나 공연 분위기가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트로트 시장이 현재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변화해야 할 적기라고 조언한다. 심 교수는 수많은 트로트 프로그램과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트로트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포화가 되면 하락한다. 어느 시점 이후에 또 다른 획기적인 창작의 모멘텀이 나오면 다음 세대로 전환이 되는데 지금은 그 직전의 정체기”라며 “지금은 어떤 흥행 코드의 아류들이 너무 중복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 시점에서 시장에 가장 필요한 건 변화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오디션과 결합해 새로운 시도로 성공을 거뒀듯이 이미 포맷과 장르가 고착화된 트로트는 또 한 번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해야 다음 세대로 나아갈 수 있다. 트로트 부흥의 포문을 열었던 방송사 또한 벤치마킹 대신 다른 방법을 고민할 때다. 이미 시청자들은 지난 5년간 트로트 가수들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지겹도록 봐왔다.
심 교수는 “방송사도 이제 모방적인 지점이 상당히 많다”며 “트렌드라는 것은 따라가는 것과 새로 만드는 것, 두 가지가 같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느낌만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렌드를 세팅하는 것과 읽어나가는 것에 조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트렌드를 읽는 것에만 너무 쏠려 있어 한계효용 체감이 왔다. 방송사가 안전하고 낯익은 흥행 코드에만 목매달기보다 기획이나 제작 방향 등의 트렌드를 세팅하고 새로운 시도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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