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데려왔다”는 사령탑의 신뢰, 이유가 다 있었다.
집중력이 더 좋았다. 프로야구 KT가 4점 차 열세를 이겨내고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9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시범경기 LG와의 홈경기서 9-4로 이겼다. 우익수와 중견수를 오가는 등 만능 ‘맥가이버’ 면모를 빛낸 이적생 장진혁이 결승타 포함 2안타 3타점을 마크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이로써, 전날 시범경기 개막전 승리(5-1)에 더해 또 한 번 이긴 KT다.
초반만 해도 어려운 싸움이 계속됐다. 선발 싸움 열세 속 타선도 힘을 보태지 못했기 때문. 선취점은 무척 이른 시간에 나왔고, 그마저도 LG의 몫이었다. LG 타선은 1회 초부터 KT 선발 오원석을 계속해서 괴롭혔다. 선두타자 홍창기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고, 후속 박해민(안타)과 오스틴 딘(볼넷)마저 출루하면서 무사 만루 기회를 잡은 것. 여기에 4번타자 문보경이 2타점 적시타를 쳐 균형을 깨뜨렸다.
영점이 문제였다. KT 선발 오원석은 거듭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좀처럼 아웃카운트를 만들지 못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쌍둥이 군단은 1회에만 사사구 3개에 안타도 3차례 얻어 4점을 올렸다. 이 시기 오원석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아웃카운트 3개를 잡는 동안 총 40구를 던져 47.5%(19S·21B)에 머물렀다.
길었던 1회 초가 막을 내리고, 경기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좀처럼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6회 말 멜 로하스 주니어의 추격 1타점 적시타가 나오기 전까지 양 팀 모두 홈 베이스를 밟지 못했을 정도다. 앞서 난조에 빠졌던 오원석도 안정감을 회복, 3이닝 78구를 던져 4피안타 4사사구 5탈삼진 4실점(4자책) 투구를 마친 뒤 마운드서 내려왔다. 직구(38구)와 슬라이더(28구), 커브(9구), 체인지업(3구) 등을 던진 가운데 직구는 시속 최고 147㎞까지 마크했다.

1회 4점을 올렸던 LG는 추가 점수를 올리는 데 계속 실패했다. 4회부터 등판한 최동환, 우규민, 주권 등 마법사 군단 불펜이 1이닝씩 실점 없이 막아내면서 분기점을 마련한 배경이다. 그간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던 KT도 뒤늦게 기회를 엿봤다. 6회 말 마침내 빅이닝이 터졌다. LG 불펜 이지강과 우강훈, 김유영 등을 차례대로 상대해 총 7점을 뽑아내면서 동점에 이은 역전까지 만들었다.
이번 스토브리그서 한화로 자유계약(FA) 이적한 투수 엄상백의 보상선수로 KT에 합류한 외야수 장진혁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경기에 앞서 이강철 KT 감독은 “잘 데려왔다”고 웃음꽃을 피웠다. 이어 “(장진혁이) 외야 세 포지션을 다 수행할 수 있어 쓰임새가 크다”면서 “주루 순발력이나 스타트도 빠르고, 힘까지 좋다”고 칭찬한 바 있다.
곧장 그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진혁은 6회 말 1사 만루 상황서 LG 좌완 김유영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익수 왼쪽 2루타, 주자 두 명을 홈으로 불러 역전 스코어(5-4)를 완성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진혁은 7회 말에도 LG의 6번째 투수 허준혁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더했다. 후속 강백호도 내야안타로 1점을 올렸다. 경기 초만 해도 득점 없이 4점 차 열세로 끌려다녔던 KT가 9-4 리드를 잡은 순간이었다.
KT의 뒷문도 힘을 냈다. 김민수와 손동현이 각각 7, 8회를 나란히 삼자범퇴하면서 LG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화룡점정은 마무리가 찍었다.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은 선두타자 최원영을 초구 1루수 파울플라이 아웃을 잡아냈다. 이어 강력한 직구를 거듭 뽑내 단숨에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웠다. 안타를 하나 내주긴 했지만, 곧장 삼진을 잡아내며 이날 경기를 매조졌다.
수원=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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