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몸으로 1년을 보내는 게 목표입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2024년은 이미 떠나보냈다. 새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 KT의 우완 불펜 손동현이 ‘필승조 재진입’을 목표로 달린다. 호주 질롱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굴곡이 심했던 지난해를 뒤로하고, 마운드 위에서 다시금 강인한 모습을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희로애락이 가득했던 직전 시즌이다. 국가대표로 시작해 부진과 부상 속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냈다. 터널은 길지 않았다. 후반기 반등에 성공, 가을야구 업셋에도 크게 기여를 했다. 한 해를 돌아본 손동현은 “정말 힘들었지만, 이때 마음고생 덕분에 마음을 좀 더 단단하게 무장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먼저 부상 얘기를 꺼냈다. 지난 시즌 예상치 못한 허리 디스크에 시달렸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더라. 처음엔 단순 근육통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걷는 것조차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최초 검진 결과는 2, 3주 치료 후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당시를 떠올린 그는 “주사 치료도 받고 온갖 재활을 다 했지만, 소용없었다. 한동안 ‘이대로 야구를 영영 못 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 관리를 철저히 하는 계기로 삼았다. “난생처음 허리를 다쳤다”는 손동현은 “언젠가 팔이나 어깨가 아플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지만, 허리 쪽은 생각도 못 했다. 부상을 겪고 나니, 몸을 더 소중하게 관리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후반기 마운드 복귀를 준비하면서 떨어진 자신감과 멘탈을 스스로 다독였다. 전반기 부진(30경기 23자책·평균자책점 6.40)을 딛고, 후반기(12경기 5자책·3.00) 비상했다. 그는 ‘절실함’으로 비결로 꼽았다. “복귀 후 첫 등판은 포스트시즌(PS)만큼 떨렸다. 긴장도 많이 됐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던지면서 계속해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사령탑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손동현은 “(이강철 감독님께서) 부진할 때 믿고 기다려주셨다. 투구 감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큰 배려도 받은 기억도 난다”고 전했다. 한창 부진에 헤매고 있을 때인 4월13일 SSG전 3이닝(65구) 투구 경험을 떠올린 것. 좋았던 밸런스를 찾기 위한 더그아웃의 판단이었다. 마운드 위에 오른 선수 본인 역시 책임감을 느꼈다. 그는 “1승 1승이 중요한 상황에서 팀 전체가 나 하나, 또 투수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움직였다.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의 경우 원상현, 강건 등 신예들과 셋업맨 역할을 두고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다. 2년 전 마법사 군단의 필승조로 맹활약한 바 있다. 정규리그서 64경기 출전해 평균자책점 3.42(73⅔이닝 28자책) 성적을 올렸고, 이어진 PS에서는 무려 9경기 동안 평균자책점 1.69(10⅔이닝 2자책)을 마크했다.
좋았던 기억에 안주하지 않는다. 손동현은 “한 해 반짝인 선수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고 강조한 뒤 “‘3년은 꾸준하게 잘해야 그 자리가 네 것이 된다’는 형들의 말씀을 가슴에 늘 새기고 있다. 필승조 진입을 위해 다시 한번 증명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전하게 한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손동현은 “예전이었다면 기록이나 숫자를 구체적으로 생각했을 듯싶다. 지금은 다르다. 안 아픈 몸으로 1년을 보내고 싶다. 그래야 아쉬움이 안 남는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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