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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로 이어지는 溫氣… 일일 ‘온기우체부’ 체험해보니

입력 : 2025-02-15 06:00:00 수정 : 2025-02-14 23: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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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담은 익명 편지에 답장 보내는 정서지원 사업
-“앞서 위로 받은 경험, 꼭 보답하고 싶어 참여했죠”
행사장에 붙은 일일 온기우체부 체험 포스터. 온기 제공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영화를 보고 나온 극장에 노란 우체통이 있었다. 익명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온기우편함’이었다. 마침 그날 본 영화가 사후 세계를 다루는 애니메이션 <코코>인 터라, 그보다 3년 전 고양이별로 보낸 반려묘가 떠올랐다. 영화 티켓에 하늘의 반려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우편함에 넣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답장이 왔다.

 

이는 비영리단체 사단법인 ‘온기’에서 운영하는 정서지원 사업으로, 온기우편함에 든 익명의 편지를 수거해 자원봉사자가 답장을 하는 활동이다. 현재 CGV, 서울특별시, 교보문고, 롯데아웃렛 등 파트너십을 맺은 40개 기업·단체의 공간 등 전국 73곳에 우편함이 설치됐다. 월 답장은 약 2000통으로, 2017년 처음 시작된 이래 지난달까지 3만4000통이 수신인을 찾아갔다.

 

답장은 전국 약 700명 자원봉사자가 ‘온기우체부’로 나서 매주 손편지에 마음을 담는다. 온기 단체는 이달부터 ‘일일 온기우체부 체험’ 행사를 매달 진행하기로 하고 최근 모집공고를 냈다. 2년 전 답장으로 위로를 받은 기억이 있는 만큼 ‘마음의 빚’을 갚고 싶다는 마음으로 신청을 했고, 선정됐다는 연락이 왔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MARU180’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약 40명의 일일 온기우체부가 모였다. 4~5명씩 조를 짠 뒤 편지지, 봉투, 우표, 딱풀, 펜, 수정테이프가 놓인 테이블 주위로 자리를 잡았다.

 

일일 온기우체부 활동에 나선 참가자들. 온기 제공

 

조별 인원끼리 각자 소개를 하고 지원 동기를 나누는 것으로 행사가 본격 시작됐다. 앞서 온기우편함에 편지를 썼다가 답장과 함께 위로를 받았고, 이번 기회에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참가했다는 이가 대다수였다. 대구에서 3시간 이상 걸려 당일 도착한 참가자도 있었다.

 

각자 소개를 마친 뒤 정식 온기우체부인 관계자가 참가자들에게 편지의 답장을 보내는 과정과 노하우를 설명했다. 우선 전국 각 지역에서 수거된 익명의 고민 편지들을 각자 읽어보고 그중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힘이 되는 답장을 할 수 있는 것을 고른다.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만큼 편지 내용 등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고 각자 서약도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답장을 쓰는 시간. 대부분 각자 연습장에 먼저 쓴 뒤에 편지지로 옮기는 모습이었다. 손편지인 만큼 최대한 수정 없이 깔끔한 편지가 되길 바란 마음이었으리라. 미리 준비한 만년필로 정성을 다해 편지 내용을 옮겨 적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답장쓰기에 주어진 시간은 약 1시간 10분이었는데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른 참가자들도 집중한 듯 행사장은 고요했다.

 

이후 편지지를 봉투에 넣고 봉해 우표까지 붙였다. 그 뒤 조별 인원끼리 답장을 쓰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등을 공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대부분 이날 처음 보는 사이지만 특별한 경험을 함께한 덕분이지 금세 내적 친밀감이 쌓였다. 챗GPT가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룹도 있었다.

 

일일 온기우체부로서 쓴 답장을 넣은 봉투. 박재림 기자

 

한 참가자는 “여러 편지들을 읽으면서 세상엔 고민과 어려움에 빠진 사람이 참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힘을 줄 수 있는 답장을 고심해서 썼다”며 “3장 이상 긴 손편지를 쓴 건 4년만에 처음인 것 같다. 매일 카톡 메시지만 쓰다가 글씨체도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손편지를 오랜만에 쓰게 돼 특별했다”고 말했다.

 

조현식 온기 대표는 “일일 온기우체부 체험 행사는 앞으로도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참가자 중 많은 분들이 실제로 이전에 답장을 받은 적이 있어서 이번 행사를 함께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실제 정기 온기우체부의 30% 이상이 같은 계기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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