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돔에서 대만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대이변이다. 대만이 사무라이 재팬을 좌절케 했다. 일본 대표팀의 28연승 도전을 막아섰다. 2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서 4-0으로 승리했다. 대만이 프로 선수들이 뛰는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이긴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준결승전 이후 34년 만이다. 사상 처음으로 프리미어12 정상을 맛보는 쾌거도 이뤘다.
3회째 대회. 대만이 결승전에 오른 것 자체가 처음이다. 2015년 초대대회 때 조별리그 탈락, 2019년 2회 대회에선 슈퍼라운드 5위에 그친 바 있다. 반면, 일본은 이 기간 준우승,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조별리그에서부터 슈퍼라운드까지 8전 전승을 작성했다. 결승에서 대만에 덜미가 잡히며 대회 2연패가 좌절됐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을 상대로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조별리그에서 대만에게 유일하게 패배를 안긴 팀이 일본이었다. 슈퍼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 베네수엘라에 이어 일본에게 패하며 1승2패로 몰렸다. 다만, 미국과 베네수엘라와 동률을 이뤄 TQB(Team Quality Balance·(득점/공격이닝)-(실점/수비이닝))를 따진 끝에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승부수가 통했다. 대만은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최종전을 앞두고 결승행을 확정하자 묘책을 발휘했다. 선발투수를 린위민에서 천보칭으로 급하게 바꾼 것. 선발 예고 규정 위반이었다. 3000달러(약 402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지만 결승전서 좀 더 강한 카드를 내세우기 위해서 감수해야할 몫이었다. 일본 매체들은 일제히 꼼수라며 비판했지만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린위민은 4이닝 1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과거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대만 야구다. 멕시코와 함께 WBSC 랭킹 공동 2위에 자리하고 있다(1위는 일본). 한때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보다 낮게 여겨지기도 했으나 상황이 달라졌다. 투타서 안정감을 뽐냈다. 슈퍼라운드까지 평균자책점 2.57, 타율 0.266을 마크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터지는 장타도 한 몫을 해냈다. 달라진 대만 야구, 한국도 집중해야 할 듯하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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