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오승환의 이름을 보이지 않았다.
프로야구 삼성이 올 시즌 ‘왕좌’를 향한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다. 21일부터 KIA와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를 치른다. 2015년 이후 9년 만에 밟는 무대다. 화려한 피날레를 꿈꾸고 있을 터. 그만큼 고민도 짙다. 머리를 맞대 30인 엔트리를 결정했다. LG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때와 비교해 딱 한자리 바뀌었다. 투수 이호성이 대신 외야수 김현준이 합류했다. 구자욱이 PO 2차전서 무릎 부상을 입은 것은 감안, 외야수 쪽 자원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가장 궁금증을 자아낸 부분 중 하나는 역시 마운드 운용이다. KS는 PO보다 시리즈가 길다. 보통 4명의 선발 로테이션을 돌린다. 오매불망 외인 투수 코너 시볼드를 기다렸던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코너는 지난달 11일 대전 한화전 이후 개점 휴업 중이었다. 오른쪽 견갑증 통증으로 한 달 이상 부상 치료 및 재활에 매달려왔다. PO를 앞두곤 미국으로 돌아가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아쉽게도 KS에 나설 만큼 올라오지 않았다.
확실한 선발 자원 하나가 빠졌다. 불펜 쪽 과부하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끝판왕 오승환에게 시선이 쏠렸다. 경험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KS를 치른 기억만 6차례나 된다. 큰 무대서 강한 면모를 과시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과거 삼성 왕조시절을 구축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22경기 33⅔이닝서 1승1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0.81을 마크했다. 손에 낀 반지만 5개. 2005년과 2011년 KS에선 최우수선수(MVP)에도 올랐다.
흐르는 세월이 야속할 따름이다. 오승환은 PO를 앞두고 구위 저하로 엔트리서 제외됐다. 올 시즌 58경기 55이닝서 27세이브를 올렸지만, 블론세이브도 8개로 많았다. 특히 7월 이후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두 차례 퓨처스(2군)행을 통보받기도 했다. 2군서 재정비 시간을 가지며 준비했지만 KS에 승선하지 못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KS 미디어데이에서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PO서 불펜진이 좋은 활약을 해줬기에 변화 없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월이 야속하다. 오승환은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였다.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에서도 뛰었다. 한미일 통산 547개(한국 427세이브, 일본 80세이브, 미국 42세이브)의 세이브를 신고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2년 총액 22억 원에 자유계약(FA)을 체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상징성이 큰 만큼 많은 이들이 이번 포스트시즌(PS)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삼성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름값보다는, 현 시점에서의 구위만 두고 판단하기로 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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