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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아이돌 음원의 ‘인지효과’

입력 : 2024-10-20 17:00:00 수정 : 2024-10-20 16: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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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QWER. 타마고 프로뎍션 제공.

 K팝 산업에서 음원차트 성과와 실제 수익성 관계는 여전히 미묘한 문제다. 산업적 차원에서 봤을 땐 팬덤이 큰 것이 곧 기존 대중성 개념에 더 가까워졌단 견해도 등장한다. 그럼에도 음원차트가 대변하는 이른바 ‘대중형’ 시장 역시 아예 무시할 만한 건 아니다. 팬덤형 근간인 남자아이돌이든 근래 팬덤형 이동에 가속이 붙은 여자아이돌이든 마찬가지다. 대형기획사 블록버스터 상품이 더는 택하지 않는 시장일 뿐 여전히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수익모델 역시 다채롭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블록버스터 상품이 요구하는 빠른 자본 회수와 그를 가능케 할 빠른 글로벌시장 확대 차원에서 좀처럼 선택되지 않는 모델일 뿐이다.

 

 그런데 그 ‘블록버스터가 아닌’ K팝 상품 모델, 즉 음원시장서 기반이 성립돼 수익모델이 천천히 자리 잡힐 모델에도 근래 속성 변화 조짐이 보인다. 18일 데뷔 1주년을 맞이한 걸밴드 QWER부터 짚어보자. 알다시피, QWER은 지금 승승장구 중이다. 12일 미니2집 ‘Algorithm's Blossoms’ 타이틀곡 ‘내 이름 맑음’이 MBC 음악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음악방송 3관왕 자리에 올랐다. 그것도 데뷔 이래 1년 동안 단 한 번도 음악방송에 출연해본 적 없는 상황에서 얻어진 결과다.

 

 QWER의 음악방송 성과는 원인이 뚜렷하다. 상당한 음원 강자 팀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내 이름 맑음’은 멜론 일간차트 2위, 주간차트에서도 2위까지 올랐고, 대중 유행이 가장 격렬하게 드러나는 유튜브 뮤직차트에선 10월4일~10일자 주간차트까지 2주 연속 1위를 지켰다. 이밖에 지니 2위, 벅스 1위, 플로 2위, 애플뮤직 2위 등 대부분 음원플랫폼서 최고 순위 1~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이번 활동 중 불어난 팬덤이 시청자 투표로 가세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며 3관왕에 이르게 됐단 것.

그룹 프로미스 나인. 싱글즈 제공.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팀의 예상 밖 선전도 함께 짚어볼 만하다. 앞선 ‘쇼! 음악중심’ 당시 2위를 차지한 걸그룹 프로미스나인 사례다. 주목해야 할 건, 대상이 된 싱글3집 타이틀곡 ‘Supersonic’이 당시 활동 9주차 음원이었단 점이다. 이미 지난 8월 활동 2주차에 음악방송 4관왕을 차지한 바 있는데 아직까지 음악방송 성과가 나오는 이유 역시 위 QWER 경우와 같다. 해당음원이 발매 시작부터 지금껏 팀 자체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데뷔해 벌써 활동 7년 차에 접어든 중견 팀으로서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일단 ‘Supersonic’은 팀 데뷔 이래 최초로 발매 당일 멜론 톱100 차트에 진입한 음원이 됐고, 곧 데뷔 이래 최초로 멜론 일간 이용자 수 10만 명 돌파, 데뷔 이래 최초 멜론 일간차트 10위권 진입 등이 이뤄졌다. 멜론 일간차트 최고 순위는 7위, 유튜브 뮤직차트선 주간 5위까지 올랐다. 6년 넘는 활동 기간 동안 기존 팀 자체기록으로서 유튜브 뮤직차트 최고 순위는 2022년 ‘DM’의 11위였고, 멜론 일간차트 최고점 역시 같은 ‘DM’이 기록한 66위였다.

 

 사실 QWER과 프로미스나인은 함께 견줘놓고 보기가 무척 힘들 만큼 이질적인 면면을 지녔다. 그러나 그토록 다른 이들끼리 지닌 공통점이 지금과 같은 ‘음원 강세’ 원인으로 작동한단 관찰이다. 두 팀은 대중에 인식되는 명확한 음악적 노선을 지녔단 것. 프로미스나인은 2020년 미니3집 타이틀곡 ‘Feel Good’부터 그루브감 있는 훵키 디스코풍 댄스팝 중심으로 대중에 인식돼왔고, QWER은 밝고 서정적인 팝록을 고수하며 음원차트를 공략하고 있다. 다시 말해, 팀을 떠올렸을 때 바로 인식되고 기대되는 음악적 궤가 존재한단 뜻이다. 그리고 각자 중심 노선에서 벗어났던 경우, 즉 프로미스나인의 스페셜 싱글 ‘Talk & Talk’나 QWER 미니2집 선공개곡 ‘가짜 아이돌’ 등은 상대적으로 반응이 크게 떨어졌다.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마스. 싱글 ‘APT’ 티저. 더블랙레이블 제공.

 물론 블록버스터 아이돌들이 그 자체로서 지닌 강한 트렌드성도 존재하긴 한다. 솔로 싱글을 떨어뜨리자마자 음원차트를 초토화한 에스파 멤버 카리나, 블랙핑크 멤버 로제 등 최근 사례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사실상 ‘어떤 음악’을 구사해도 그게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하다면 바로 대중적 반향을 끌어낸다. 그간 해본 적 없는 팝펑크 곡 ‘APT.’로 엄청난 기세를 보여주는 로제가 한 예다. 그러나 그 정도 위상의 아이콘은 극히 적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도 여러 통제할 수 없는 조건들이 따라붙는다. 일정수준 이상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결국 블록버스터 상품이 아닌 K팝 모델들에 한해 아이돌상품의 기존 전략적 패턴이 끝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아이돌 팀은 멤버들 개개 캐릭터의 매력 중심으로 활동을 펼쳐나가며, 팀 콘셉트는 신선감 유지를 위해 오히려 컴백 때마다 변화를 줘야하므로 음악적 궤 역시 함께 변화시켜줘야 한단 기존 패턴이 끝나가고 있단 말이다. 과거엔 캐치한 댄스팝이란 큰 공통점 외엔 오히려 ‘변신’이 미덕처럼 여겨져 온 게 사실이지만 이에 뚜렷한 변화가 생겨, 최소한도 ‘대중성’ 차원에선, 오히려 ‘김치찌개론’이 더 맞아들어 간단 새 진행이다.

 

 어쩌면 블록버스터 아이돌이더라도 팀 차원과 거기서 비켜 나온 개개 솔로 차원은 또 다를 수 있다. 지난여름 음원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던 에스파의 ‘Supernova’ 역시 노선 변화가 가미된 미니3집 ‘My World’ 등에 비해 에스파 특유의 대담한 하이퍼팝으로 되돌아왔단 평가를 받으며 기록적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를 ‘뚝심’이라 표현한 언론미디어도 존재한다. 반면 음악적 측면에서 이렇다 할 개성이 없거나 섣부른 노선 변화로 음악적 노선 인지에 혼란을 준 팀들은 하나둘 고초를 겪는 중이다. 소위 말하는 ‘아이돌성’만으론 선택받기 어려워지거나, 그 ‘아이돌성’ 개념에 특정한 음악적 개성도 포함되는 수순임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대중의 뉴미디어 소비가 극단적으로 치솟으며 이 같은 경향이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 짧은 기간 너무 많은 콘텐츠에 노출되다 보니 캐릭터성 등뿐 아니라 뚜렷한 음악적 경향성까지 팀을 구성하는 일부로서 작동해야만 비로소 차별화된 브랜드로서 온전히 성립되고 각인되는 흐름이란 것. 그렇게 특정 장르와 접근의 음악을 브랜드 트레이드마크로서 유지할 때 ‘이 팀은 이런 음악→이런 음악이라면 이 팀’이란 식으로 인지효과와 기대효과가 증폭되고 음원시장 등에서 선택받기도 수월해진다.

 

 물론 좀 더 관찰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렇듯 변화 조짐으로선 충분한 사례들이 축적되고 있다. 몇몇 팀들에 있어선 노선 수정을 생각해볼 단계일 수 있다.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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