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내일 오라고?’
그렇다. 반가운 섭외 연락이다. 그런데 전날이라니. 보통 이런 경우 기존 출연자가 펑크를 냈을 때 대타일 경우가 많다. 괜찮다. 프로는 상황을 탓하지 않는다.
‘연기라고? 조퇴증 받으려고 분필 가루 입술에 찍어 바르던 발연기로 가능할까…’
개그맨 장윤석에게서 카카오톡 연락이 왔다. 유튜브 채널 ‘낄낄상회’ 인기 콘텐츠인 ‘옆집 여자’ 후속편에 기자 역으로 나와달라는 이야기다. 심지어 대타도 아닌 듯하다. 기자 역할에 진짜 기자가 생각이 났단다. 퇴로가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조율 가능한 일정에 “오케이”를 외쳤다.
바로 낄낄상회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탐색에 들어갔다. 큰일 났다. 생각보다 몹시 인기 콘텐츠다. 옆집 여자의 경우 단일 콘텐츠로는 최고 조회수가 115만, 10회 통합본은 조회수가 무려 175만까지 나온다. 일단 대본을 받은 후 고민은 내일 하기로 한다.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인 서울 양재동의 한 지하 갤러리에 도착했다. 들뜬 표정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두 명과 사복 차림의 남학생 세 명이 있다. 콘텐츠의 주인공 배우 이윤선 씨의 실제 제자들이라고 했다.
개그맨 장윤석과 임종혁은 10대 출연자들에게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풀어본다. 순식간에 갤러리 안이 웃음바다가 됐다. 두 사람은 이 채널의 운영자이자 작가, 피디, 출연자다. 도착해서 카메라 동선과 출연자의 위치 등을 세심하게 맞춰보고 있다.
이날 촬영분은 웹툰으로 대박 난 옆집 여자 작가 이윤선의 팬미팅. 기자는 팬미팅 전, 작가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촬영하기로 했다.
여학생 두 명, 남학생 두 명, 한 명, 총 세 그룹으로 나눠 촬영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룹당 한 장면을 세 번씩 촬영한다. 사용할 컷이 많아야 구독자가 볼 영상도 풍부해진다. 현장이 고생하는 만큼 볼거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장점은 또 있다. 카메라 위치를 옮겨가며 찍을 때마다 학생들의 애드리브도 폭발한다. 임종혁, 장윤석도 학생들의 재치에 함박웃음. 디테일한 연기 디렉션에 애드리브가 더해지니 말맛이 산다.
다음은 최 기자의 차례다. 이미 학생들의 기세에 눌렸다. 민폐만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기자를 기자가 연기한다. 칭찬인지, 응원인지, 놀리는 건지 모를 세 사람의 좋은 기운 덕에 큰 문제 없이 촬영을 마쳤다. 기자가 떠난 이후에도 이윤선과 임종혁, 장윤석 그리고 촬영 감독은 남은 촬영분을 위해 남았다.
10분 안팎의 숏폼 영상 하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과 시간이 들어간다. 소파에 편하게 누워 휴대전화로 볼 때는 몰랐다. 낄낄상회의 경우, 영상 하나를 위해 통상 대본 회의 4시간, 촬영 4시간, 편집 15시간 정도를 잡는다고 한다. 콘텐츠에 따라 그 이상의 시간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202만 구독자가 모이고 꾸준히 조회수가 우상향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눈으로 보니 더 대단하고 성실한 유튜브의 세계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