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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류승완은 류승완이다

입력 : 2024-10-18 16:35:57 수정 : 2024-10-18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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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이름을 듣고 예매창을 누르게 하는 사람. 류승완은 그런 감독이다.

 

티켓 가격과 내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 같은 감독, 줄거리를 몰라도 ‘재밌겠지’ 믿고 보는 감독, 캐스팅 라인업이 탄탄할 것 같은 감독, 액션신과 미장센도 놓치지 않을 것 같은 감독. 언제부터 한국 영화계에서 ‘류승완’이란 이름 석 자는 관객에게 신뢰의 아이콘이 됐다.

 

이를 수치로 보여준 것이 이번 추석 성적표다. 지난달 13일 개봉한 ‘베테랑2’는 2주가 조금 넘는 기간 동안 62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9월 흥행 1위, 역대 추석 개봉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손익분기점 400만명인 이 영화, 10월 18일 기준 약 736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니 그야말로 흥행 대성공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류승완 감독은 “상업 영화라는 말 대신 대중 영화라고 불러 달라”고 강조했다. ‘잘 만든 상업 영화’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반응이다. 

 

“음악·뮤지컬에는 ‘상업’이란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데 영화에만 붙지 않냐”라며 “당연히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돈만 바라고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 저는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대중 영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란다. 그러면서 “제가 농담처럼 말씀드리는 게, 그럼 제가 만든 ‘밀수’는 어업 영화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만든) ‘오펜하이머’는 공업 영화냐”라며 특유의 유쾌한 비유로 현장의 웃음을 자아낸다. 언제나 말맛을 살리는 류 감독이다. 

 

그가 생각하는 영화 감독은 “예술가의 심장과 장사꾼의 머리와 노동자의 손발을 가진 이”라고 했다. 9년 만에 화려하게 돌아온 베테랑2.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황정민) 형사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감독과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본다.

 

-2편의 방향성은 어떻게 정해졌나.

 

“개인적으로 누군가에 대해 살의를 느낄 정도로 분노한 일이 있었다. 나중에 사건의 내막을 알고 보니 제가 가해자와 피해를 반대로 알고 있었더라. 그럼에도 나의 분노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더라. 그 순간 되게 섬뜩했다. ‘과연 정의란 무엇이고, 우리가 정의라고 믿어버리는 것은 진실이며,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무조건 적으로 옳은 것인가.’ 이 질문을 파고 들었다. ‘전편에서 명확한 악(조태오)을 응징한 서도철이 본인의 정의에 대해 딜레마를 겪는다면 어떨까’를 토대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오프닝 시퀀스가 1편 생각을 나게 한다. 또 2편에 톱스타들이 대거 까메오로 등장할 뻔 했다고 하던데. 

 

“후반부 톤이 달라져서 관객들이 당황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1편의 유산을 이어받아 ‘베테랑’시리즈가 이 맞다는 걸 관객에게 알려주려고 1편에서 사용한 음악을 전략으로 활용했다. 또 1편에서 3~4번 정도 주부 도박단이 언급되는데, 2편에서는 드디어 잡는 걸로 설정했다. 여기에 제 전작인 ‘밀수’ 해녀 배우들이 나온다. 밀수를 해서 번 돈으로 도박을 하는 설정이랄까. 사실은 그 신을 촬영할 때, 염정아는 촬영을 하려고 준비중이었다. 조인성은 돈 세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너무 거물들이 오프닝부터 출연을 하면 안 되겠다 싶더라. 해녀 배우들 응원만 해주고 갔다. 미안하고 고맙다.”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신은?

 

“‘맞아, 내가 이걸 만들려고 이런 선택을 했지’ 하는 순간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해치가 서도철과 격투를 하다가 위험에 빠뜨리고 도망가는 장면이다. 이때 서도철은 이곳에 함께 있던 정의부장(신승환)을 보호하기 위해 끌어안는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인물인데 말이다. 가장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 서도철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두 번째 장면은 서도철이 해치를 CPR로 살리는 거다. 너무 밉고 짜증 나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는 사람인데도 원칙을 지키는 서도철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마지막은 집으로 돌아와서 아들에게 아빠가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하는 신이다. 반성하고 사과하는 어른은 얼마나 귀한가.”

 

-베테랑3 제작도 들어가나.

 

“일단 시나리오는 들고 있다. 전편과 이번 작품을 모두 보신 분들이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내용이다. 베테랑2의 쿠키영상하고도 아마 관련이 있을 거다.”

 

 한편, 베테랑2는 오는 27일 마지막 무대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를 시작으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CGV용산아이파크몰, CGV영등포에서 진행된다. 영화의 주역인 배우 황정민·정해인·정만식·신승환·오대환·김시후가 참석할 예정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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