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이형 몫까지….”
흔히 야구는 ‘멘탈’ 싸움이라 한다. 객관적 전력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마음가짐에 따라 경기력이 요동치기도 한다. 지난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2차전도 마찬가지. 삼성이 대형악재를 마주했다. ‘캡틴’ 구자욱이, 그것도 1회부터 부상을 입은 것. 안타 후 도루를 시도하다 왼쪽 무릎을 다쳤다. 검진 결과 인대 미세 손상이 발견됐다. 출전이 어려운 상황. 일단 빠른 회복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갑작스런 주장의 이탈. 순식간에 더그아웃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내야수 류지혁이 나섰다. 2회 초 수비를 마친 뒤 선수단을 불러 모았다. 류지혁은 “뭔가 붕 뜬 느낌이 들더라. 이야기를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구)자욱이형이 없어도, 우리가 해야 한다. 더 집중하자고 했다”고 귀띔했다. 사실 류지혁은 원래도 구자욱과 함께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도 후배들 한 명 한 명과 밀착 대화하는 등 소통하려 노력한다.
본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PO서 매 경기 꼬박꼬박 안타를 신고하고 있다. 담 증세로 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개의치 않는다. 류지혁은 “심한 건 아니었고 뻐근한 감이 있어서 한 번 다녀왔다. 문제ᅟᅥᆹ다”고 설명했다. 시즌 막바지 타격감이 떨어졌던 것도 잠시. 기가 막힌 타이밍에 다시 올라왔다. 류지혁은 “(정규리그 막판) 우스갯소리로 올라가면 치겠다고 했다. PO 전날 이진영 코치님께서 ‘이제 좀 치라’고 하시더라. 약속하고 들어갔는데 다행”이라고 웃었다.
앞만 바라본다. “오늘 이기자, 그 생각뿐”이라고 강조했다. 이겨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서 기다리고 있는 KIA는 류지혁이 한 때(2020~2022시즌) 둥지를 틀었던 곳이다. 옛 동료들과의 만남을 기대한다. 가족들도 아직 광주에 살고 있다. 류지혁은 “광주(KS)에 가면 가족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도 앞두고 있다. “경기에 집중하려 한다. 구단에서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잠실=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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