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선물 매매 과정에서 1300억원대 운용 손실을 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현장점검에 나섰으며,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사업과 재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신한투자증권에 직원을 파견해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또한 26개 증권사와 주요 자산운용사의 파생상품 거래과 관련한 전수점검에도 착수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4일 간부 간담회에서 “금융권에서 각종 횡령, 부정대출 등 금융사고가 지속되고 있어 우려스러운 가운데, 최근 신한금융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으로 하여금 이번 사고를 철저히 검사·조사토록 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은폐된 대규모 손실사태가 더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11일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8월부터 이달 10일까지 ETF LP(유동성공급자)로서 자금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약 1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를 전후로 대규모 운용 손실을 봤으며, 이를 감추기 위해 허위 스와프 거래를 등록하는 등의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최고경영자(CEO)로서 진심으로 죄송하다. 책임을 크게 통감하며, 오늘부터 ‘비상대책반’을 공식적으로 가동해 사실 관계와 원인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손실 관련자들은 대기발령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의 손실을 이상손실로 의심해 선물거래의 실재성을 살피고 있다. ETF LP 부서에서 일별 손익한도를 확인했는지, 계약서 거래 상대방이 있는지가 조사 대상이다. 또한 이번 손실이 뒤늦게 알려진 경위 등과 관련해 위법행위 여부나 내부 통제 시스템 문제가 있는 지 여부도 살펴본다.
업계에서는 1300억원대 손실을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14일 개인 주식 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2개월이 넘는 동안 불법 거래가 이어져 왔음에도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으며 손실을 감추기 위해 스왑 거래로 허위 등록까지 한 것은 담당자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내부에서 쉬쉬하다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금감원에 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15일 ‘신한투자증권 금융사고 발생에 대한 한신평 의견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고에 따른 예상 손실액 1300억원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의 61% 수준으로 분기 손익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자본 대비로는 2.4%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5조4000억원, 순이익 2106억원 등 신한투자증권의 자본력과 이익창출력을 고려하면 현재 추정되는 손실 규모는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융사고에 대해 손실 규모는 감내할 수준이지만, 향후 사업과 재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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