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금융사고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매년 관행처럼 되풀이되며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10건 중 6건은 은행에서 일어났다. 비중과 규모, 모두 금융권에서 최고 수준이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금융업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463건, 금액은 6616억7300만원에 달했다.
이 중에서 은행 금융사고가 4097억500만원(264건)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금융업권 전체 사고 금액의 61.9%가 은행에서 발생했다.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1421억1300만원(30건)으로 금융사고 규모가 압도적으로 컸다. 우리은행은 최근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는다.
지난 8월 선릉금융센터 등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지난 4년간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차주 등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금감원은 이 중 350억원이 부당대출에 해당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은행 외에도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에서도 대출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달에는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라 55억5900만원의 금융사고가 추가로 발생했다. 우리은행이 금융사고를 공시한 것은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다.
과거에도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2020년 6월 기업개선부 차장급 직원이 8년간 8회에 걸쳐 70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알려졌다. 2022년 7월 지방 모 영업점에서는 외환거래 환차익 9000만원을 가상자산 투자 목적으로 횡령한 일도 발생했다. 2017년 채용비리, 2019년 독일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 사태 등 금융사고가 반복됐다.
NH농협은행도 최근 5년여간 총 366억8322만원에 이르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는 8월까지 293억2852만원(10건)으로 급증했다. 횡령이 6건으로 가장 많았고 업무상 배임 3건, 금융실명제 위반 1건 등이 발생했다.
충주시지부 충일지점에서 채무자가 부동산 매매계약서상의 거래가격 등이 허위임을 인지했는데 109억원 규모의 여신을 지원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밀양시지부 부당여신 취급 11억225만원, 범물지점 부동산 허위 여신 지원 51억194만원 등 사고가 이어졌다.
해외지점 횡령사고도 3건이나 발생했다. 현지 채용지점장의 부당대출 등으로 총 3368만원의 금융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9일 공시된 140억원대의 금융사고는 농협은행 측이 부동산담보대출 적정성 여부를 자체 내부감사 중이다.
서민 금융을 바탕으로 성장한 새마을금고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최근 7년간 새마을금고 임직원에 의한 횡령·배임·사기·알선수재는 95건으로 피해액은 643억88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새마을금고 제재 공시에 따르면 현재도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대신새마을금고에서는 부당대출을 통한 대출금 편취 및 수수료 수취가 발생했다. 이달에도 왜관새마을금고에서 이해관계자 부당대출,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새마을금고 감독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담당하고 금고의 설립, 총회의 의결, 합병, 설립인가 취소와 관련한 사항은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감독한다. 상호금융권의 특수성으로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느슨한 규제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잇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한 만큼 새마을금고도 동일한 규제 원칙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낮은 회수율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중 회수율은 9.1%에 불과했다. 막대한 규모의 금융사고에도 낮은 회수율을 기록하면서 그 부담이 금융 소비자에게 비용으로 전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은행권의 반복된 금융사고에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실패를 원인으로 꼽는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문제는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해결은 어렵다. 책무구조도 도입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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