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공식적으로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문체부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KFA)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다. 지난 7월부터 축구협회에 대한 기초 조사를 진행한 후, 그달 말부터 진행한 감사의 중간 결과물에 대한 브리핑이었다.
문체부는 협회가 현재 지휘봉을 들고 있는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브리핑에 나선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규정상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자 3명에 대해 면접을 진행하고 우선 순위를 정해 최종 감독 후보를 추천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술이사는 정해성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난 후, 감독 선임 과정을 주도해왔다. 홍 감독을 따로 독대하는 등 별도의 면접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협회는 정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기술이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협회에 이와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축구협회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과정이 깔끔했던 것도 아니다. 최 감사관은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했다. 7월5일 진행된 이 기술이사와 홍 감독의 대면 면접 과정은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 달랐다. 사전 인터뷰 질문지 없이, 참관인 없이 단독으로 장시간(4∼5시간) 기다리다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이뤄졌다. 또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요청하는 등 상식적인 면접 과정으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독대한 상황에서 실제 면접이라는 행위 자체가 이뤄졌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후 홍 감독이 이사회 '서면 결의'를 통해 감독 선임이 확정되는 과정에서는 이사 중 일부가 정식 이사회에 회부 요청을 하거나 서면결의가 요식행위가 되는 것에 유감을 표했고, ‘정식 이사회 회부 요청’도 있었지만 의결정족수에 따라 홍 감독 선임 안건이 최종 의결됐다고 문체부는 전했다.
이외에도 문체부는 전임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협회의 국회대표전력강화위원회 무력화 ▲감독 추천 권한이 없는 정몽규 회장이 클린스만을 포함해 최종 감독 후보자 2명에 대해 최종 2차 면접을 진행 ▲이사회 선임 절차 누락 등을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다만, 절차상 발견된 하자에도 당장 문체부가 협회에 강제성을 발휘할 수는 없다. 최 감사관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하자가 있다고 해서 홍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협회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 여론과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걸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문체부는 협회의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및 철회,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관련 보조금 집행 및 차입금 실행, 지도자 자격관리 등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의 최종 감사 결과는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