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져서 돌아오겠습니다.”
프로야구 한화의 2024시즌이 끝났다. 최종 성적은 66승2무76패(승률 0.465). 올해도 포스트시즌(PS)은 남의 잔치가 됐다. 2018시즌을 끝으로 6년 연속 가을과 연을 맺지 못했다. 30일 기준 8위에 자리했다. 10월 1일 롯데의 시즌 최종전인 창원 NC전 결과에 따라서 7위 혹은 8위가 된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말은 적게 하되, 그 말을 했을 땐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도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감독으로서 굉장히 죄송하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 용두사미
그 어느 때보다 부푼 꿈을 가지고 출발했다. 류현진, 안치홍 등 굵직한 자원들을 대거 영입했다. 지난 몇 년간 착실하게 수집한 유망주들의 성장도 기대치를 높이는 대목이었다. 리빌딩이 끝났음을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한화를 5강 후보로 꼽았다. 개막 직후 8경기서 7승1패를 거두는 등 팬들의 심장도 덩달아 뛰었다. 아쉽게도 그것이 올 시즌 가장 달콤했던 때였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악재와 맞물리면서 4월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흥행요소가 많았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일단 모기원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시원하게 지갑을 여는 것은 기본, 올 시즌에만 9번 야구장을 방문하는 등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팬들 역시 마음을 모았다. 무려 47번 홈경기를 매진시켰다. 1995시즌 삼성이 작성했던 리그 역대 최다 기록(36회)을 훌쩍 뛰어넘었다. 66.2%라는 기록적인 매진율을 자랑했다. 동시에 홈 누적 관중 80만4202명을 작성, 창단 후 처음으로 80만 관중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 승부처 약점
악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사령탑 교체다. 지난 5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최원호 전 감독이 자리에서 내려왔다. ‘명장’ 김경문 감독을 선임, 빠르게 분위기 쇄신에 나섰으나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바꿀 순 없었다. 김경문 감독 체제 아래에서도 87경기 42승1무44패로, 승률 5할 아래0.488)를 맴돌았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8월 24경기서 14승10패를 마크하며 5강 경쟁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9월 들어 페이스가 다시 처졌다.
저조한 성적엔 여러 요인이 있었을 터. 여전히 ‘이기는 습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승부처에서 번번이 주도권을 뺏겼다. 역전패(36패·최다 3위)는 많고, 역전승(26승·9위)은 적다. 특히 방망이쪽에서 기복이 심했다. 팀 타율(0.270) 8위. 개개인으로 따져 봐도 3할 타자가 없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타율 3할을 마크한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 그렇다고 화끈한 한 방을 가진 것도, 공격 옵션이 다양한 것도 아니었다. 팀 홈런(127개) 7위, 도루(69개) 9위다.
◆ 끝이 아닌, 시작
새 시대를 다짐한다.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불펜 쪽에서 희망을 봤다. 일례로 구단 최초로 두 자릿수 홀드 4명을 배출해냈다. 한승혁(19홀드), 박상원(16홀드), 이민우, 김서현(이상 10홀드) 등이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홈구장을 이전한다. 새 야구장 베이스볼 드림파크에서 더 큰 목표를 향해 뛴다. 지옥의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10월 3일부터 훈련에 돌입한다. 김 감독은 “PS에 못 갔다는 것은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 아닌가. 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더 강해진 모습으로 팬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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