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활동·월남전 파병·전성기 등
데뷔 60주년 삶의 기록 고스란히
현역가수로 가요계 100년사 조명
다큐멘터리영화로도 선보일 예정

“지금까지 인연 덕분에 내가 이만큼 잘 살아왔구나, 나는 참 행운아구나, 늘 생각하죠. 젊을 때도 음악을 좋아했지만 너무 바빠서 몸 절반쯤만 담갔다면 지금은 노랫말 한 소절 한 소절에 몸 전체를 푹 담그고 싶어요.”(남진)
영원한 대한민국의 ‘원조 오빠’ 남진(사진)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첫 저서 ‘오빠, 남진’을 출간했다.
1965년 데뷔해 79세인 지금까지도 활발한 활동에 나서는 그다.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아 열린 디너쇼는 남진이 가요계 역사의 산증인이자 여전히 전설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현역가수임을 보여준 사례다. 남진은 은퇴 시점을 묻는 질문에 “저는 힘 날 때까지…”라고 답해 레전드의 면모를 보인 바 있다.
이번 저서에서는 ‘남진’이라는 렌즈를 통해 본 한국 대중음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편으론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통해 본 남진이라는 가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대중음악은 식민지와 해방, 전쟁과 냉전, 민주화와 산업화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에 함께하며 때론 웃음으로, 때론 눈물로 대중을 위로해왔다. 한마디로 우리 대중음악도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 진화를 거듭해온 것. 그 태풍의 눈에 ‘가수 남진’이 있었다.
가수 남진은 ‘오빠 부대’의 원조격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자타공인 1970년대 한국 가요계의 아이콘으로서 라이벌 나훈아와 함께 한 시대를 양분했던 슈퍼스타다. 팬덤문화의 원조 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남진의 데뷔부터 영화배우로서의 활동, 해병대로 월남전 파병, 도미, 대한민국 톱스타에 이르기까지 그 화려했던 시대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진의 시대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 100년사를 톺아본다.
남진이 직접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며 노래를 만들어갔던 과정, 영화배우로 활동할 때의 에피소드 등 이제껏 풀지 않았던 ‘오빠 남진’의 이야기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힘든 시기도 담고 있다. 대한민국 가수 최초로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던 그는 방송 통폐합으로 상징되는 제5공화국 시절 슬럼프를 겪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민주화 이후 재기에 성공해 21세기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활동을 이어가는 남진의 음악 인생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와 그대로 겹치는 셈이다. 성장통에 아파하는 동안 차마 기록되지 못했던 중요한 역사가 그의 삶에 새겨졌다. 그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우리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잊힌 페이지를 마주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로커빌리’ 스타일의 불멸의 히트곡인 ‘마음이 고와야지’는 그를 단순히 트로트 가수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가요계의 독보적인 캐릭터로 인정받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매력적인 외모, 엘비스 프레슬리를 모방한 창법, 무대 매너에 당시 소녀 팬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대여 변치 마오’, ‘님과 함께’ 같은 대표곡으로 이어졌다.
전성기 이후에도 남진은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라이벌 나훈아의 신비주의 콘셉트와 대비된다. 본업 가수로서 지방 공연은 현재까지 쉬지 않고 이어가고 있으며, 성황리에 매진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가수 남진’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사를 따라갈 수 있다. 그의 삶을 따라가다보면 한국 대중음악 100년사를 조명하면서 남진이 태풍의 눈처럼 대중음악을 이끌고 성장시켜가는 과정이 한눈에 보인다.
저서와 함께 데뷔 60주년을 맞은 남진의 다큐멘터리영화도 나온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남진이지만, 막상 그의 음악 인생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든다고 하자 ‘왜 이제와서 남진이냐’라는 반문을 듣기도 했다고. 여기에 제작사는 ‘가수 남진의 인생은 우리 대중음악의 고전’이라고 답한다. 세월이 지날수록 빛을 발한다는 점이 그렇고, 모두가 안다고 여기지만 대부분 제대로 모른다는 점 또한 그렇다. 또 한편으로 그의 인생은 식민지와 전쟁에 지나쳐버린 우리 대중음악사의 자료다.
남진·온테이블 지음. 상상출판. 320쪽. 1만8000원.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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