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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현 미술감독 "당시 사진·영화·경찰 인터뷰하며 수사반장1958 세트 완성"

입력 : 2024-05-08 18:58:17 수정 : 2024-05-08 23: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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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현 감독, 1950~1960년 재현
"지금은 사라진 분위기 구현 집중
종남경찰서·거리 가장 공들여"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 ‘그 시절’의 모습과 감성을 그대로 재현한 수사반장 1958의 시대적 배경은 화려한 볼거리까지 더하며 ‘레트로 휴먼 수사극’의 묘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의 남다른 노력이 숨어있다. 이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에 참여한 소성현 미술감독의 첫 드라마 작업이기도 하다.

수사반장1958 거리 오픈 세트. MBC 제공

소성현 감독은 이를 살리기 위해 1950~1960년대를 가득 채우고 지금은 사라진 한 시대의 ‘분위기’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첫 회부터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비주얼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소 감독은 “어떤 요소들이 모여 시대의 정서가 만들어졌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분류해서 하나하나 디자인해 나갔다”며 “현대의 디자인적 시각이 개입하지 않는 데 집중했다. 당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구현하려 했고, 이를 작품에 맞춰 변형하고 색을 결정했다”고 연출 주안점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소 감독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수많은 사진을 반복해서 봤다고.

 

그는 “1960년대 이전의 사진에서는 시대가 발전해 온 단서를, 1960년대 이후의 사진에서는 시대가 머물러 있는 경계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어떤 양식, 재료, 소품 등의 사용 가능 여부를 분별하는 기준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국내 1세대 광고사진가로 알려진 한영수 작가의 작품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오발탄’, ‘마부’, ‘워커힐에서 만납시다’ 등 고전 영화들도 참고했다. 당시의 시대 상황과 서민의 삶을 이해하는 의미도 있지만, 공간감을 이해하는 데 많이 활용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종남경찰서 외관.

소 감독은 “팀원의 아버님이 현역 경찰관이셨는데, 그분의 소개로 당시 경찰로 근무하셨던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행운을 얻었다. 종남 경찰서 내의 유치장은 그분의 이야기를 참고해 디자인했다”고도 전했다.

 

수사반장 1958만의 색감은 어떻게 나왔을까. 흑백으로 기록된 자료들을 작품나의 색채로 구현하는 작업을 거쳤다.

 

소성현 감독은 ‘저 이미지가 컬러로 바뀌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김성훈 감독의 이야기에 외국 사진가 프레드 헤르조그의 작품들을 참고했다.

 

그는 “50년대 미국의 컬러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6.25 전쟁 이후 들어온 서구 문화를 고려하면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마음에 들어 하셨고 채도를 높이고 명도를 낮추는 것으로 방향을 결정했다”며 “드라마의 전반적인 색감, 특히 종남 경찰서 내부에 칠해진 파란색은 그렇게 결정됐다”고 밝혔다.

종남경찰서 내부.

극의 주요 공간인 종남 경찰서 내부 세트, 외경과 거리 오픈 세트는 소 감독이 가장 공들인 부분이다.

그는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경찰서 내외부가 안정된 이미지로 안착되면, 그 힘으로 전체 장소들을 이끌어 간다고 생각했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랜 제작 기간만큼 잊지 못할 비하인드도 많다. 소 감독은 드라마의 첫 장면에 최불암 선생님이 등장하는 슈퍼마켓에서의 사연을 꼽았다.

 

그는 “슈퍼마켓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너무 낡아서 비가 새는 것을 막으려고 외부 지붕 전체가 두꺼운 비닐 천으로 덮여 있었다. 사실 너무 낡아 보여 배제됐던 장소인데 CG팀의 기술로 자연스러운 한옥 기와집으로 완성됐다. 덕분에 화면에는 정서적으로 훌륭한 장소로 비쳤다”고 숨은 뒷이야기를 전했다.

소성현 미술감독

촬영팀을 위한 지나친 배려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소성현 감독은 “1회에 박영한이 뱀을 푸는 식당이 있는데, 촬영팀이 온다고 벽지와 장판이 새것으로 바뀌어 있더라”며 “사장님 입장에서는 큰 배려였지만, 그곳을 선택한 것은 고유한 장소의 분위기 때문이었기에 당황했다”고 돌아봤다.

 

다행히 장판을 들어내 다다미로 바꾸고 나니 바꾼 벽지 무늬가 썩 잘 어울렸다. 그렇게 촬영은 시작됐다. 소 감독은 “멀리서 씁쓸하게 지켜보시던 사장님의 얼굴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소성현 감독은 주인공이 변화하는 지점에 등장하는 공간도 흥미롭게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초반부 박영한이 살던 단칸방이 청춘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혜주(서은수)와의 결혼 이후 신혼집은 안정을 찾는 성인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이는 1회에 등장한 노년 박영한(최불암)의 슈퍼마켓과도 관계가 있다.

 

소성현 감독은 “대본상에는 없지만 수많은 추억을 간직한 집을 떠날 수 없어 홀로 지키고 있는 박영한의 설정을 넣어 디자인했다. 최종회까지 시청하신 이후 첫 회로 돌아가 노년 박영한의 슈퍼마켓이 갖는 공간의 정서를 다시 한번 느껴보셔도 좋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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