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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談한 만남] ‘위대한 개츠비’ 신춘수 대표의 ‘美친’ 도전기…토니어워즈 후보작 올랐다

입력 : 2024-04-30 12:52:16 수정 : 2024-04-30 13: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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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첫 주에 ‘원 밀리언(한화 13억 7900만 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위대한 개츠비’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예측합니다.”

 

꿈을 현실로 이뤄낸 사람의 표정이 이런 걸까. 누군가는 상상만으로 끝낼 일을 기어코 해내고야 마는 이가 있다. 오디 뮤지컬의 신춘수 대표다. 한국 뮤지컬계에서 1세대 프로듀서로 불리는 그는 포기를 모른다.

 

2001년 설립된 오디컴퍼니는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드라큘라’, ‘스위니토드’, ‘그리스’, ‘아가씨와 건달들’,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의 공연 제작사다. 작품 제목만 들어도 흥행의 기운이 강하게 풍긴다. ‘오픈 더 도어(Open the Door)’의 약자인 오디(OD)는 세계를 향해 문을 열겠다는 신 대표의 각오가 담긴 사명이다. 이름 따라간다. 그렇게 신 대표는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세 번째 깃발을 꽂았다.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25일부터 브로드웨이 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브로드웨이 씨어터는 현지 41개 극장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전체 극장 좌석 1700석 중 1500석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제이 개츠비 역의 제레미 조던과 데이지 뷰캐넌 역의 에바노블자다가 출연을 확정해 현지 팬들을 모은다. 

 

특히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진출과 동시에 오는 6월 16일에 개최 예정인 제77회 브로드웨이 토니어워즈 후보작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 제작사가 단독으로 작품을 개발·기획·제작까지 맡았기에 수상 여부에 더욱 기대가 쏠린다.

 

뉴욕에서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신 대표는 “24년 시즌 신작 중에서 가장 많은 판매율을 보인다. 그리고 10회 연속 표가 매진 됐다. 보기 드문 성적이다. 굉장히 좋은 성적”이라면서 “원 밀리언(one million) 클럽이라고, 주당 100만 달러의 수입이 나는 클럽을 말한다. 브로드웨이에서 ‘원 밀리언 클럽’은 상징적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다행히 개막 첫 주부터 돌파했다”라고 미소를 짓는다.

 

이어 “8회 공연 때는 130만 달러(한화 17억 9270만 원) 이상 표가 팔렸다는 거다. 그만큼 순항하고 있다”면서 “현지의 젊은 관객들이 극장으로 오고 있다”라고 입소문을 타고 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이제 집중력 있는 연기를 펼칠 시간이다. 영화를 두고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느냐. 공연은 ‘배우의 예술’이다.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됐기 때문에 배우들이 풍성하게 구축해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밝힌 것처럼 신 대표의 브로드웨이 도전은 처음이 아니다. ‘드림 걸즈’(2009)는 시험 공연 도중 접어야 했고, 한국인으로서 처음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한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2014), ‘닥터지바고’(2015)는 흥행 저조로 얼마 못가 극장 문을 닫아야 했다. 뼈아픈 실패다. 회사가 휘청일 정도로 큰 손실을 봤지만 꿈은 접지 않았다. 뮤지컬계에서 그의 별명이 ‘돈키호테’인 이유다.

 

공연제작자·극장주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의 한국 최초 정회원이기도 한 그는 “한동안 팬데믹, 미국에서의 실패 이후 많은 것을 접하는 시간을 가졌다. 명작 소설 등을 읽었는데 가장 강력한 이끌림을 준 것이 바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였다”라고 작품 선정 이유를 언급했다.

 

또 “삶에 대한, 꿈을 좇는 사람으로서 개츠비에게 이입이 된다. 정말 강력한 캐릭터다. 소설 속 시대 상황은 전쟁 이후인데, 팬데믹 이후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우리의 모습을 재조명할 수 있겠단 판단을 했다”라고 뮤지컬화를 결정한 이유를 밝힌다. 

 

원작 소설은 1925년 출간 이후 전 세계 3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21세기에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위대한 원작을 작품화하는 건 엄청난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라고 말을 이은 신 대표는 “원작을 뛰어넘는 흥행을 보여준 작품은 찾기 어렵더라. 저같은 경우도 수없이 원작을 읽고, 논문도 찾아 읽었다. 개츠비를 연구하는 노트도 썼다. 처음 잡은 방향성, 콘셉트, 대사 한 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서 지금의 최종 버전이 나왔다”면서 노란 노트 세 권을 보여준다. 까맣게 글자로 가득한 메모장을 통해 작품에 대한 깊은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보통 ‘개츠비’라고 하면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버전을 떠올린다. 영화에선 화려한 파티와 비극이 강조되지 않나. 그래서 우리 무대에서도 그러한 아이러니를 그린다”며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시험대에 선 것 같다. 다행히 현재 반응이 좋다. 2015년∼2016년 초에는 한국 관객과도 만나고 싶다”란다.

 

알려진 제작비는 2500만 달러. 그러니까 한화로 약 344억 원이 넘는다. 오디컴퍼니는 이중 절반 이상을 투자했다. 나머지는 국내외 기업에서 가능성을 보고 들어왔다. 

 

신 대표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올리는 것은 한국과 비용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한 주에 100만 달러를 팔면 9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든다고 보시면 된다. 매주 10억씩 제작비가 드는 거다”라며 “또 브로드웨이는 연속으로 2∼3주 동안 판매 수익이 100만 달러 이하가 나오면 극장주가 공연을 바로 내릴 수 있다. 논리가 명확하다. 자본주의다. 티켓 유료판매가 95% 이상은 된다고 봐야 한다. 입소문으로 승부하는 곳이라 주당 판매가 가장 중요하다. 안심할 수 없지만, 지금의 분위기라면 기대를 가질만 하다”라고 설명한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한 해 약 4500억원 규모인 데 비해 브로드웨이의 매출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을 거두면 다른 해외 시장 공략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다.

 

신 대표 역시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미국 시장이 굉장히 안정적이다. 브랜딩이 잘 되어서 믿고 보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영국과 호주에서 공연이 되길 바라고 있다”며 “제작비를 회수하고 수익까지 1년에서 5년 정도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 현실적인 성공이라고 본다. 그다음엔 한국적인 소재의 작품으로 정면승부를 하고 싶다. 여기 사람들이 K-문화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자신 있다. 예술성과 완성도만 확보하면 저는 다음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이후를 내다봤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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