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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QWER, 또 음원차트서 파란…더 이상 이변이 아니다

입력 : 2024-04-22 07:40:00 수정 : 2024-04-22 07: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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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밴드 QWER이 ‘또 다시’ 음원차트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1일 발매한 QWER 미니1집 ‘Manito’ 타이틀곡 ‘고민중독’ 얘기다. 현재 대중 유행을 가장 잘 드러낸다는 유튜브 음악차트 4월12~18일 주간 집계에서 당당 3위에 랭크됐고, 멜론에선 21일 현재까지 일간차트 11위, 톱100 차트에선 6위로 톱10 진입까지 넉넉하게 이뤘다. 모두 데뷔 타이틀곡인 전작 ‘Discord’ 최고 순위와 같거나 뛰어넘은 상태다. ‘Discord’는 유튜브 음악차트 최고 순위 3위, 멜론에선 일간차트 최고 순위 27위, 톱100 차트 27위였다.

 

이변이 두 번 반복되면 그건 더 이상 이변이 아니다. 새로운 트렌드 일부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성과가 이번엔 역주행도 아니었단 점이 중요하다. 대형기획사들처럼 컴백 마케팅 폭탄을 퍼부을 여력은 없어 홍보가 안 된 탓에 초반 진입순위는 다소 떨어졌지만, 신곡 정보가 자연스럽게 알려지면서 빠른 정주행으로 순위를 급격히 올려왔다. 그러니 이번은 지난번처럼 스낵컬쳐 바이럴 픽으로 노래가 발견됐다기보다 QWER이란 팀 자체에 어느 정도 인지도와 신뢰도가 쌓여 이뤄진 급속 정주행이라 볼 만하다.

 

사실 QWER은, 멤버들 스스로 밝힌 대로, 애초 프로젝트그룹으로 기획됐던 팀이다. ‘가짜사나이’ ‘머니게임’ ‘우마게임’ 같은 유튜브 기획에 가까웠단 얘기다. 론칭 유튜브 영상들 반향에 따라 어느새 프로젝트그룹 얘긴 나오지 않게 됐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론 극단적 ‘팬덤형’ 팀을 의도한 듯하다. 일단 데뷔 홍보 툴부터가 몇몇 자체 콘텐츠 외엔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오직 인터넷방송과 틱톡, 일본아이돌계 등에서 활동해온 멤버들 기존 팬층과 자체 콘텐츠로 유입된 일부만 겨냥한 ‘작은 팬덤형’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의도했던 ‘작은 팬덤형’에서 대단히 전형적인 ‘대중형’ 팀으로 거듭난 것. 협소한 팬덤의 요구보단 대중이 그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해온 요구에 훨씬 부응하는 팀이었단 얘기다. QWER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도 여기에 있다. 그럼 대중시장의 그 빈 공간은 대체 어떤 성격이었을까 말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가장 흔히 거론되는 부분이 지금은 ‘밴드음악’ 부활 조짐 시점이란 점이다. 지난달 18일 내놓은 미니8집 ‘Fourever’로 활동 10년차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과거 음원 역주행까지 보여준 데이식스, 타이틀곡보다 밴드 사운드 수록곡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가 더 큰 반향을 일으켜 모든 차트 1위를 거머쥔 (여자)아이들 등 메인스트림 씬에서도 예는 많다. 이밖에 잔나비, 루시, 실리카겔 등 기존 밴드들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배가되는 추세.

 

그런데 이들 중 QWER 포함 주목받는 밴드들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J팝/J록 같다’는 얘길 듣게 된단 점이다. 소프트록 포함 팝록/팝펑크 계열을 국내서 그런 식으로 인식하고 있단 얘긴데, 그렇게 따지고 보면 유행의 시작은 2022년 음원시장을 강타한 (여자)아이들 팝록 넘버 ‘Tomboy’부터라 볼 수 있고, 거슬러 올라가면 2018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일대흥행과 함께 찾아온 ‘퀸 열풍’, 그 이전 ‘시티팝-AOR 열풍’ 등도 그 전조로 볼 수 있다.

 

 

물론 그중에서도 유난히 J팝/J록 분위기가 강한 쪽이 좀 더 주목받아온 건 맞다. 그리고 그 원인으론 대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대중의 미디어 이용시간이 폭증하면서 서브컬쳐 붐이 큰 범위로 일어났단 점이 거론된다. 서브컬쳐 붐 중심이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붐을 통해 동시다발적 일본 붐이 일어나고 J팝/J록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이어지게 된 셈. 팬데믹을 끼고 이마세, 요아소비, 아이묭 등은 물론 원오크록, 킹누, 오피셜히게단디즘 등 J록 밴드들까지 국내 음원시장으로 진입하는 분위기가 그렇게 생성됐다. 거기서부터 틈새시장을 자국 상품으로 대체한 QWER 성공비결도 엿볼 수 있단 얘기.

 

그런데 어떤 의미에선 그보다 더 근본적인 시장 요구 탓일 수도 있다. 수 년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나 쇼츠 등에선 ‘사라진 K팝 트렌드’ 등 제목으로 포스팅들이 돌며 많은 공감을 산 바 있다. ‘3분 이상의 곡’ ‘포지션이 명확한 멤버 구성’ ‘후렴 고음 파트’ ‘한국어 가사’ 등이 K팝에서 사라져가고 있단 내용이다. 흥미로운 건, 이상 현상의 중심인 QWER 노래들엔 이 사라져간단 요소들 대부분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단 점이다. 반대로 보면, QWER 같은 팀의 급격한 성장세가 곧 K팝 산업 현재 면면과 빈틈을 잘 보여준단 관찰.

 

한국 대중음악산업이 온통 ‘아이돌’ 명칭으로 대변되는 댄스그룹 중심으로 채워지다 보니 시장도 자연스럽게 춤추기에 최적화된 힙합 등 비트 중심 댄스곡들 중심으로 형성돼온 흐름이다. 해외진출에 가장 확실한 경쟁력을 지닌 콘셉트여서 선택된 경향인데, 역시나 그만큼 자본력도 갖추게 돼 마케팅 비용에 있어 차원이 다르다보니 메인스트림 음악시장 거의 전체가 멤버들이 춤을 추는 팝댄스 곡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글로벌시장의 팝댄스 유행 변화에 따라 저 ‘사라진 K팝 트렌드’들도 하나둘 늘어만 가는 실정이란 것.

 

그런데 내수 대중소비자들 취향은 ‘저런 것’만 있는 게 아니란 점이 문제다. 소위 ‘노래방에서 부르기 좋은 노래’들에 대한 애착은 여전하다. 비트보단 선율 중심 드라마틱한 곡 전개, 시원스러운 고음 파트, 특유의 서정성과 감정적 기복 등에 대한 애착 말이다. ‘밴드 사운드 붐’이라 불리는 팝록/팝펑크 트렌드는 그렇게 기존 팝댄스 흐름과의 교집합으로서 시작됐고, 쇼츠 바이럴로 옮기기 쉬운 가벼운 안무를 더해 QWER 같은 형태로 번져나갔다. 산업 전체의 글로벌화 흐름에서 소외된 대중소비자, 내수 취향에의 안배가 일으킨 현상이란 얘기다.

 

한편, 이 같은 큰 흐름에서 불거져 나온 ‘QWER 현상’엔 좀 더 관찰해봐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이번 컴백에서 마케팅 폭탄 없이도 빠른 음원 정주행을 기록한 부분에 대해서다. 그 사이 멤버들 스타성이 작동해 뚜렷한 인지와 선호를 보여줬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애초 멤버들 지난 무대였던 인터넷방송이나 틱톡, 일본아이돌계 활동 정도론 얻어낼 수 없는 규모의 반향이다. 이에 ‘스타메이킹’ 차원에서 시장 주류인 아이돌상품 속성에 대중적으론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봐야할 여지도 존재한다.

 

아이돌화가 필연적으로 일으키는 소위 ‘팬덤전쟁’ 양상에서 점차 아이돌 팀 멤버들은 비판의 명분을 남기는 일, 즉 ‘욕먹지 않는 일’이 최대 과제처럼 여겨지는 추세다. 그 탓에 아이돌 개개인 일거수일투족 노출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급기야 경직된 태도들만 남아버린 현실. 이런 식이면 팬덤은 환영할 수 있지만 굳이 팬덤까진 아닌 라이트팬층, 대중소비자들은 아이돌 멤버들 전체에 다들 비슷비슷하단 인상만 갖고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아이돌산업과 대중소비자 괴리는 음악 노선에서만 발생되는 게 아니란 얘기다.

 

미디어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나온 QWER 멤버들은 그런 측면에서 신선감을 줄 수 있었단 해석이다. QWER 멤버들은 과거 행적도 대부분 노출돼있고, 현재도 마찬가지로 늘 ‘아슬아슬’해 보인다. 다분히 워크(woke)적 입장에서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아이돌 소비자들에겐 배척의 대상이 됨직한 부분도 많다. 그러나 그런 ‘그들만의 리그’ 바깥 대중소비자들에겐 이런 점들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친근감을 주는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단 것. 그렇게 특이한 종류 스타성이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단 관찰이다.

 

이 같은 점에서 진정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이 같은 ‘대중형’ 모델의 상업적 성립 가능성 여부다. 대중음악시장이 점차 ‘팬덤형’ 기반으로 흘러가는 현실에서, 이제 QWER처럼 의도치 않게나마 성립된 ‘대중형’은 어떤 식 수익모델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부분. 어쩌면 갑갑한 기존 아이돌 판에 환멸과 염증을 느낀 기존 아이돌 소비자들이 ‘변종 아이돌 판’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양분된 ‘팬덤형’과 ‘대중형’ 사이 ‘제3의 공간’도 성립될 수 있을지 모른단 얘기다. 그리고 이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언급한 “라이트팬덤의 확대” 과제와 연결되는 부분일 수도 있다. QWER 행보를 계속 관찰해봐야 하는 이유다.

 

/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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