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에겐 여전히 춥기만한 봄이다.
프로야구 롯데가 가지고 있는 징크스 중 하나는 ‘봄데’다. 4·5월 봄에만 반짝 활약한다고 해서 붙여진 수식어다. 올해는 그마저도 그리울 지경이다. 지난 한 주간(9~14일) 6경기서 전패를 당했다. 삼성, 키움을 만나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어느덧 순위표 가장 아래까지 떨어졌다. 15일 현재 4승14패를 기록, 승률 0.222에 머물고 있다. 2003년 이후 가히 최악의 출발이다. 당시 개막 12연패(13경기)로 시작했다. 결국 39승3무91패(133경기 체제) 최하위로 마쳤다. 2018년에도 18경기 기준 10위였으나 5승13패로 승률이 조금 높았다.
◆ 부진 속에…무거워진 방망이
가장 큰 문제점은 방망이다. 연패 기간 팀 타율이 0.224에 불과했다. 새 외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와 이학주를 제외하곤 눈에 띄는 자원이 없다. 시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 팀 타율 0.243으로 리그서 가장 낮다. 공격루트가 한정적이다. 출루(0.314·10위) 자체가 어려운 가운데 한 방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팀 홈런 7개(장타율 0.324)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를 가리키고 있다. 힘겹게 쫓아가다 고개를 숙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패가 쌓일수록 선수단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을 터. 베테랑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14일 고척 키움전에서 보여준 모습이 대표적이다. 6회 초 상대 실책과 볼넷, 야수 선택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 기회. 포수 유강남은 바뀐 투수 김재웅을 상대로 볼카운트 3볼서 4구째 직구에 손을 댔다. 유격수 병살타에 그치면서 추격 흐름이 얼어붙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마음대로) 잘 안 되다 보니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진 듯하다. 그러다보니 더 위축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 우려가 현실로…불안요소들
시즌 전부터 불안요소는 감지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장타를 때려낼 자원이 많지 않다. 지난 시즌에도 팀 홈런 69개(팀 9위)에 머무르는 등 취약한 부분이다. 여기에 한동희의 군 입대가 결정되면서 더욱 약해졌다. 한동희는 6월 국군체육부대(상무)로 향한다. 입대 시기 조정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잠재력이 터지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때를 놓쳤다. 설상가상 시범경기서 옆구리 부상을 당하면서 입대 전 얼마나 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안치홍(한화)을 놓친 부분도 크다. 지난 시즌 안치홍은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1.99(스탯기준 기준)를 마크, 롯데 타자 가운데 2번째로 높았다. 빡빡한 샐러리캡이 발목을 잡았다. 2023시즌을 앞두고 유강남(4년 80억 원), 노진혁(4년 50억 원), 한현희(3+1년 40억 원)를 영입하는 데 큰돈을 썼다. 전준우를 잔류시킨 데 이어 안치홍까지 잡을 여유가 없었다. 올 시즌 이후도 고려해야 했다. 2차 드래프트, 트레이드를 통해 내야수를 수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 위기 앞에서…모두가 사령탑만을
올 시즌 롯데가 믿는 건 단 하나, 김태형 감독이다. 팬들의 염원에 따라 선임됐다. 김 감독은 두산 시절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KS) 무대로 이끈 명장이다. 가을야구를 향한 갈증을 해소시킬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태형 감독이라면’ 롯데를 변화시킬 거란 믿음이 팽배했다. 단, 감독은 신이 아니다. 사령탑의 전술로 흐름을 바꾸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얇은 선수층에 무기력한 경기력까지. 사령탑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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