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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홍성우·이주일에서 시작된 K폴리테이너 계보

입력 : 2024-04-10 19:17:28 수정 : 2024-04-10 19: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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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테이너란 미국의 정치학자 슐츠가 자신의 논문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정치인’(politician)과 ‘연예인’(entertainer)의 합성어로 국내에선 연예인 출신 정치인과 정치적 소신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연예인 모두를 포함한 용어로 쓰인다. 

 

연예인 출신 1호 국회의원은 1978년 1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배우 故 홍성우다. 이후 11대, 12대에도 국회의원으로 선출돼 3선 의원을 지냈다. 2021년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력을 갖게 됐다. 

 

13대에는 배우 최민수의 아버지이자 배우·감독으로 활약한 故 최무룡이 입성했다. 14대 총선이 치러진 1992년은 故 이주일, 최불암, 강부자, 이순재 등이 모두 당선돼 가장 많은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이 배출된 해로 불린다.

 

15대와 18대엔 배우 정한용과 최종원이 금배지를 달았다. 배우 故 강신성일은 11대와 15대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선돼 삼수 만에 국회에 입성했다.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좌진 장군의 손녀로, 야인 김두한의 딸로, ‘주몽’ 송일국의 엄마로 널리 알려진 배우 김을동은 2선 의원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국회 배지를 달고, 19대 총선에서 재선 의원을 지냈다.

 

이중 희극인 출신 국회의원은 이주일이 유일하다. 자신의 유행어인 ’뭔가 보여드리겠다‘라는 말과 함께 국회의원에 출마해 2주 만에 금배지를 단 그다. 이주일은 15대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정계 은퇴를 시사했다.

 

당시 그는 “누가 우리 편이고 우리 식구인지 믿을 수가 없는 정치판에 대해 회의가 생겼으며 가족들도 만류했기 때문”이라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대사를 남긴다.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하지만 코미디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4년 동안 코미디 공부를 많이 하고 떠난다.”

 

정치인 입장에서 유명인은 손쉽게 정당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총선마다 배우 차인표, 김상중, 안성기 등은 물론이고 국가대표 출신 스포츠 스타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다. 높은 인지도와 곧은 이미지는 개인을 홍보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당의 쇄신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의석 확보와 동시에 토사구팽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이주일은 생전 인터뷰에서 “국민의 투표를 통해 당당하게 국회의원이 돼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동료 의원들이 코미디나 연예활동의 연장 선상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유명인의 자질·능력 부족도 이유가 될 수 있으나, 동료 정치인의 부당한 편견도 존재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입법 활동을 위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정작 정당의 홍보·시위 행사와 같은 이벤트에만 얼굴을 비치는 폴리테이너는 많았다. 여기에 정당의 이기주의가 더해져 유명인의 정치 활동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크지 않은 상태다.  

 

동료 정치인과 대중의 선입견을 깨줄 폴리테이너의 등장은 언제쯤이면 가능할까. 1996년 이주일의 작심 비판은 28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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