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이문원의 쇼비즈워치] K팝 아티스트도 전기 영화 나올까

입력 : 2024-02-26 08:00:00 수정 : 2024-02-25 11:49:04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난 주 전설적 레게 뮤지션 밥 말리 일생을 담은 전기 영화 ‘밥 말리: 원 러브’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연방공휴일인 대통령의 날 포함 주말 4일 동안 3363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23일 금요일까진 6139만 달러를 기록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초반 성적에 최종흥행 예상치도 1억 달러 수준으로 수정되고 있는 실정.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과히 좋지 않은 상황(로튼토마토 42%)임을 감안해볼 때 여러모로 대단한 결과가 맞다.

 

그런데 큰 차원에서 보면 애초 미국선 이 같은 20세기 대중음악 아티스트들 전기 영화가 유난히 인기 있는 분위기다. 딱히 ‘밥 말리: 원 러브’가 이례적 성공담은 아니란 얘기다. 지난 10년 동안만 해도 그렇다.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 힙합그룹 N.W.A 흥망사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엘비스 프레슬리 일대기 ‘엘비스’ 등이 모두 북미 흥행 1억 달러를 넘겼고, 엘튼 존 ‘로켓맨’, 바트 밀라드 ‘아이 캔 온리 이매진’, 투팍 샤커 ‘올 아이즈 온 미’ 등도 모두 흥행 성공작으로 꼽힌다. 대략 1978년 ‘버디 홀리 스토리’ 성공 이래 ‘광부의 딸’ ‘라 밤바’ ‘도어즈’ 등으로 계속 이어져온 흐름.

 

이제 한국 상황을 돌아보자. 근 10년래 등장한 한국 대중음악 아티스트 관련 상업영화라 봤자 사실상 트윈폴리오 결성을 다룬 2015년 작 ‘쎄시봉’ 정도만 떠오르는 실정이다. 그나마도 2010년 MBC 예능프로그램 ‘놀러와’에서 ‘세시봉 4인방’이 다시 화제를 모은 덕에 성사된 기획이었고, 누적 관객 수 171만 명으로 손익분기점 300만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애초 20세기 음악 아티스트에 관한 한국영화 중 마지막 흥행 성공작을 꼽으려면 한국 최초의 여성 성악가 윤심덕을 다룬 1991년 작 ‘사의 찬미’까지 가야한다.

 

이 같은 차이에 대해선 여러 의견들이 존재한다. 그중 흥행 성공하는 영화가 ‘어떤 아티스트를 다루느냐’ 문제도 종종 거론된다. 예컨대 미국서 만들어져 흥행에도 성공하는 대중음악 아티스트 전기 영화들은 상당수가 때 이른 시점 사망해 안타까움을 남긴 이들 중심으로 제작된단 점이 있다. 당장 밥 말리부터가 그런 경우고, 엘비스 프레슬리, 프레디 머큐리, 버디 홀리, 리치 발렌스, 짐 모리슨, 투팍 샤커, 셀레나 등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들 사망 원인은 대부분 마약 등 약물 남용, 살인 등 범죄, 위험한 교통수단에 의한 사고 등이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얌전(?)’한 한국 음악 아티스트들은 이 같은 사건사고 탓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적어 해당 서브장르 영화 흥행 속성을 맞추지 못한다는 것.

 

아예 틀린 얘기라고까지 하긴 어렵지만, 이런 해석은 어딘지 섣부르다. 당장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한 한국 아티스트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 김성재 등에 대한 영화가 나온다고 해도 과연 흥행 가능성이 보이느냐는 점부터 의문시되기 때문.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음악 아티스트 전기 영화는 애초 제작부터가 어렵다. 김현식과 유재하에 관한 영화로 기획됐던 ‘너와 나의 계절’(가제) 역시 기획과 제작이 발표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그럼 왜 이런 상황이 나오고 마는 걸까. 보다 본질적인 부분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일단 음악 아티스트 전기 영화는 대부분 ‘극적 재미’ 자체는 딱히 없다. 유명인들이긴 하지만 간디나 오펜하이머처럼 세계사 흐름을 바꾸는 수준으로 그 공적 삶 자체가 드라마틱했던 인물들은 또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티스트 가정사나 인간관계 등 다분히 개인사적 얘기들이 나열될 수밖에 없는데, 극소수 외에 대부분 개인사는 사실 특별할 것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들 전기 영화에 미국 대중이 몰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좋아하는 음악 아티스트 개인사를 그들 음악과 엮어 그 삶의 어떤 궤적이 그런 음악으로 이끌었는지 시청각적으로 가늠케 하는 즐거움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대를 넘어 널리 사랑받는 노래나 아티스트들도 많고, 그들에 대한 인간적 호기심과 애착도 상당하다. 다시 말해, 대중음악 클래식들이 살갑게 와 닿는 환경인데다 아티스트들 신화화도 상당한 수준이란 얘기.

 

그러나 한국은 분위기가 다르다. 일단 한국서 대중음악은 사실상 세대상품에 가깝다. 유행이 엄청나게 빠르고 소모적인 탓에 특정 인기 대중음악은 당대 젊은 층에나 추억거리로 남을 뿐 이후론 거의 잊히는 흐름이다. 세대 간 향유문화의 단절이 극심하다. 거기다 음악 아티스트 신화화 작업, 즉 ‘아이돌화’ 작업도 대략 2010년대 이후로나 완성된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그 개개인에 대한 인간적 궁금증도 확실히 덜하다. 아티스트 신비감 극대화나 각종 추문의 활용 등 스타 메이킹 전략에 있어 발동이 한참 늦게 걸린 탓이다.

 

물론 한국만의 얘긴 아니다. 홍콩서 가수 겸 배우 매염방 일대기를 다룬 2021년 작 ‘매염방’, 프랑스에서 에디트 피아프 전기 영화 ‘라비앙 로즈’ 등이 크게 성공한 바는 있지만, 역시 미국만한 음악 아티스트 전기 영화 히트 행렬은 보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이 워낙 유난한 분위기란 얘기다. 그러고 보면 그야말로 ‘얻어 걸린’ 대성공작 ‘보헤미안 랩소디’ 탓에 착시가 생겼을 뿐 한국선 할리우드발(發) 아티스트 전기 영화도 대부분 흥행이 부진하다. ‘엘비스’(10만1509명), ‘로켓맨’(10만8586명) 등 북미서 1억 달러 흥행을 넘겼거나 그에 근사했던 영화들도 국내선 10만 명 언저리 관객에 머문다. ‘보헤미안 랩소디’ 이전 동일 서브장르 히트작을 꼽자면 1988년 국내 개봉한 ‘라 밤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같은 점에서 사실 진정한 주목거리는 한국서도 대중음악 아티스트 전기 영화를 활성화시켜야 한단 차원이 아니다. 세계 대중문화 메카 미국선 대중음악 아티스트들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며 받아들이고 있는지, 즉 그들에 대한 전기 영화마저 큰 흥행을 거둘 수 있는 북미만의 독특한 대중음악시장 환경 자체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사상 처음 ‘아이돌(idol)’이란 표현이 쓰였던 1940년대 프랭크 시나트라 시절부터 음악 아티스트 신화화가 세대를 넘어 진행되고 그를 통해 여타 미디어들까지 빨아들이는 독특한 열기에 대해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단 얘기다. 현재 미국서 뿌리내리고 있는 K팝 아티스트들 역시 상당부분 이 같은 신화화 분위기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리란 점에서 더 많은 고민을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다.

 

/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