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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임신·출산’에도 탑티어, 정선아의 자기 관리…①

입력 : 2024-02-13 10:58:52 수정 : 2024-02-13 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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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4년 째 뮤지컬 담당을 하고 있다. 연말·연초 그리고 무슨 무슨 ‘데이’가 다가오면 지인들의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뮤지컬을 보려고 하는데 어떤 배우의 무대를 보아야 하느냐’는 문의다. 그럴만도 한 것이, 뮤지컬 팬이 아니라면 일반 대중은 1년에 한 두 편 볼까 말까. 20만 원에 가까운 티켓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최고의 무대를 보고싶다.

 

이런 마음을 아는 기자로서는 작품과 배우 추천이 신중할 수 밖에 없다. 기자의 고민을 덜어주는 것은 입증된 작품과 포스터 속 믿고 보는 배우의 이름이다. 정선아는 그런 점에서 뮤지컬 초심자에게도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배우다.  

 

정선아가 10년 만에 뮤지컬 ‘드라큘라’로 돌아왔다. 더 완벽해진 캐릭터 표현과 이해로 작품의 개연성을 높인다.

 

-미나로 돌아온 소감이 궁금하다.

 

“이 작품을 오랜만에 만나니 그 모든 추억과 배경이 눈 앞에 그려지면서 눈물이 나더라. 첫 리허설을 김준수와 하는데 펑펑 눈물이 났다. 작품의 음악이 엄청 제 마음을 터치하더라. 콧물까지 나왔다(웃음). 너무 우니까 ‘왜 이렇게 우냐’고 김준수가 놀렸다. 지금도 무대에 오르면 엄청 운다. 10년 전보다 더 이 이야기가 슬프다.”

 

-처음 드라큘라를 봤을 때는, 미나가 갑자기 드라큘라를 선택한다는 기분이었다. 최근 본 작품에선 그런 느낌이 없더라. 달라진 장면이 있나.

 

“추가된 장면은 없다. 다만 10년 전에는 미나의 전생을 생각하고 이어짐을 메꾸는 게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은 다 이해가 가는데 그때는 이해가 안 되는게 많았다. 돌이켜보면 문제 해결을 다 하지 못하고 공연을 올렸나 싶다. 이번에는 전생에 대한 생각, 감정들에 더 집중을 했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장면은?

 

“1막 넘버 ‘쉬(She)’에서 드라큘라가 말할 때 같이 느끼고 전생을 본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다. 작은 차이인데, 처음으로 드라큘라와 통하고 만나고. 그 감정에 들어가는 첫 단추잖나. 개인적으로 그 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상대역과의 케미를 집중했다. 전생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집어넣으려 했다. 그래서 전보다 관객분들이 미나의 감정에 잘 따라오시지 않았나 싶다. ‘왜 갑자기 사랑에 빠져?’라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더 채워넣으려 했다. 이렇게 준비를 해도 공연 전엔 늘 떨린다.”

 

-데뷔 20년 차에도 떨리나.

 

“항상 부담이다. 특히 프레스콜이 엄청 부담이 된다. 배우들이 기량을 펼치지 못한다. 라이브 공연은 신나게 노는데, 프레스콜은 영상으로 박제가 되니까(웃음). 저 또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한편으로는 남겨진 영상을 보면 뿌듯할 때도 있다. ‘저땐 그랬지’, ‘다음번엔 더 잘해야지’. 10년 전의 드라큘라 영상을 보면 ‘날 것의 느낌으로 귀엽게 했구나’, ‘저 때는 태닝을 좋아해서 미나 역을 하면서도 태닝을 했구나’ 그런 게 보인다. 싶다. 또 영상을 보면서 나의 부족한 점을 공부하기도 한다.”

 

-무대에서 관객 반응도 보는 편인가.

 

“일단 관객 분들 얼굴은 엄청 잘 보인다. 대극장은 무대가 객석이랑 좀 먼데, 샤롯데는 가까운 편이다. 그래서 관객분들이 엄청 좋아하신다고 하더라. ‘멤피스’처럼 함께 하는 작품은 객석에서 웃음이 나오면 힘이 나고 신난다. 이렇게 드라큘라처럼 슬픈 장면을 연기할 땐 집중하느라 객석을 못 본다. 지나가면서 관객 분들이 눈물을 닦는 모습은 보인다.”

 

-미나는 감정 진폭이 큰 캐릭터다.

 

“그렇다. 사랑하는 조나단이 있고 평탄한 삶을 꿈꾸던 사람인데,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 아픔을 겪고 느끼고, 사랑을 나누고, 피를 나누면서 많이 변화한다. 갈수록 자신의 사랑을 위해 열정을 나타내고, 용기있게 죽음을 감수하고 사랑을 택하는 여성으로 변한다.” 

 

-쉽지 않은 역할이다.

 

“맞다. 드라큘라에게 미친 여자로 가는 여정을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강하고 진성으로 내지르는 소리를 쓰다가 감정의 변화에 따라 소리의 결을 바꾼다. 신마다 보컬의 감정·소리를 자꾸 바꿔서 쓴다. 예전엔 넘버들이 어렵기에 ‘성공해야지’라는 마음이었는데, 이번엔 그 신을 분석해서 목소리의 질감을 바꾼다. 가사에 대사가 있고 그게 다 메시지다. 그걸 더 표현하려고 한거 같다.”

 

-지독하게 작품을 파고드는 편인가.

 

“이젠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면 작품을 올리기 힘들다. 10년 만에 돌아오니 그 전엔 몰랐던 감정이 이해 된다. 마지막 신에서 미나가 자신을 버리고 용기 있게 당신(드라큘라)을 따라가겠다고 하는 것도 이젠 이해가 된다. 시간이 지나고 결혼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했다. 배우 생활에 큰 도움이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연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인간 정선아로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자리를 다시 지킬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은 없었나.

 

“주연이라는 좋은 자리, 높은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달콤함과 무게를 알아서 더 무서웠다. 결혼과 출산은 저도 안 가본 세계잖나.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 뮤지컬을 다시 무대 위에서 멋지게 해낼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해봤다.”

 

-어떤 걱정이었나.

 

“제가 임신 당시 80kg까지 쪘다. 배우 선배들이 아기를 낳으면 몸이 변한다고 하시더라. 성대도 근육이라 고음도 힘들어진다는 말도 들었다. ‘노래가 예전만큼 안 나오면 어떡하지?’, ‘사랑을 못받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정선아 예전같지 않던데’라던가, ‘아기 낳더니 별로야’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너무 속상할 거 같더라. 그래서 어느 때보다 부단히 노력했다. 임신 했을 때도 운동을 계속하고, 보컬 레슨을 계속 했다. 후배들에게 롤모델로 불렸는데, 내가 지금 아기 낳고 여성으로, 마흔이 되고, 시간이 지나도 얼마든지 내 노력에 의해서 기량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더라.”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뮤지컬 ‘이프덴’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감개무량하다. 정말 제 인생에서 가장 잘 선택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 2막을 열어준 하나의 열쇠였다. 한편으로는 정말 힘들었다. 쉬운 작품으로 복귀를 했을 수도 있다. 노래 한 두곡 정도 있는, 재밌는 작품이나 편안한 작품으로 몸풀기를 했을 수도 있었다. 이프덴은 무대에서 안 쉬고 끌어가는 작품이다. 하지만 의심하지 않고 선택했다.”

 

-이유는 무엇이었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커리어우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인생 1막과 2막이 다 나오는구나’ 싶더라. 아이 낳은지 얼마 안 됐을 때라, 호르몬도 뒤죽박죽이고 울기도 많이 했다. 제가 받은 공감과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었다. 상을 받으려고 선택한 건 아니지만 내가 정말 열심히 한 작품이라 기쁘더라. ‘내가 상을 받는다면 이걸로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뮤지컬 어워즈에서 4개 부문 석권한 작품이다.

 

“제가 촉이 좀 좋은 편이라 상을 받을 것 같더라. 그런데 이렇게 많이 사랑 받을 줄은 정말 몰랐다. 안 울 것 같았는데, 올라가는 순간 모든 게 지나가더라. ‘잘해야겠다’, ‘책임감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팜트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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