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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현의 톡톡톡] 엄마와 만두

입력 : 2024-02-07 13:40:00 수정 : 2024-02-07 13: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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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손이 참 큰 분입니다. 실제로 보면 참 조그마한 손인데 음식을 만들 때는 어찌나 통이 크신지. 장 볼 때 따라가면 조금 과장해서 식당하는 사람인 줄 알 정도입니다. 다른 어머님들처럼 우리 엄마도 음식은 모자라면 안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 늘 차고 넘치게 음식을 하셨죠. 잔치가 끝나면 오신 분들 모두 싸드릴 정도로 말입니다. 그뿐인가요 요즘으로 치면 수능인, 학력고사 시험 전날엔 하루종일 약식을 만들어서 같은 아파트 단지 내, 아는 수험생들에게 나눠주곤 하셨죠. 음식 양이 많아도 다행인 것은, 엄마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또 먹고 싶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는 것입니다. 아빠나 딸들에게 다정하게 애정표현을 할 줄 아는 분은 아니지만 엄마는 그 넘치는 애정을 음식으로 모두 보여주셨나봅니다. 엄마 덕분에 제가 참 잘 먹고 자랐거든요.

 

제가 오자매의 장녀인것처럼 엄마도 딸부잣집 딸이어서 저는 이모도 많은데요.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을 만들 때면 다같이 모여 앉아 함께 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특히나 설 무렵에는 큰 다라에 만두소를 만들어 놓고 모두 둘러앉아 만두를 빚었는데요. 만두하면 떠오르는 반달이나 모자 만두가 아니라 엄마와 이모들은 잎사귀 모양의 만두를 빚었습니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서 교차로 만두피를 모아가며 만드는 모양인데요. 저도 어릴때는 안 만들어지던 모양이 어느 순간 되는 것을 보면 우리 집안의 피가 흐르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우리 엄마처럼 부드럽게 고급진 모습은 아직 안 나옵니다. 여태껏 만든 만두 개수 차이도 있고, 솜씨 차이도 있는 거겠죠.

 

요즘 어릴 때 엄마가 만들어주셨던 음식들을 추억하며 어릴 때 먹고 본 레시피대로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있는데요. 오랜만에 설맞이 만두에 도전합니다. 다진 돼지고기, 숙주나물, 두부 그리고 씻은 김치. 예전에는 이 재료들을 세탁기 탈수기에 돌려서 물기를 뺐었는데, 요즘은 음식용 탈수기도 있네요. 엄마가 돼지고기를 따로 조물조물 무치셨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어쨌든 저는 마늘, 소금, 후추를 이용해서 모든 재료를 버무립니다. 우리 음식의 특징이 ‘주방장 맘’이니만큼 제 입맛대로 하면 되지요. 소를 넣어 만두를 빚는 과정은 공작시간처럼 재밌기까지 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신랑이 한마디 합니다. 사먹으면 되는 걸, 왜 그리 애쓰나고 말입니다. 하하. 그래도 명절이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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